6.1 지방선거는 '대선의 2차전'이라는 성격을 띠었다. 대선 결과가 0.73%p 차로 승부가 갈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못박겠다고 별렀다. 하여 거대 양당의 중앙정치 이슈로 지방은 실종됐다. 이 문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늘 그래왔으니까. 거대 양당의 밥그릇 싸움은 박정희의 유산이다. 5.16 쿠데타 후 국가재건회의는 지방자치를 없애는 이유를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건전한 복수정당제'를 보장한다는 정당법을 탄생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이견을 통제하는 데 이 정당법을 이용했다. 얼마나 편리한가. 군사 쿠데타와 함께 한국 정치의 후퇴를 가져온 셈이다. 그렇다고 1950년대 실시된 지방자치도 나을 게 없었다. 지금처럼 중앙에 예속된 시스템이었다.
질곡의 터널을 지나 1991년 자방자치제가 부활했을 당시 전문가들은 "지방자치가 중앙정치 게임의 도구로 인식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을 안다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라. 풀뿌리 선거에 정당 공천이 웬 말인가. 무투표 당선은 뭐고. 정당공천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기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 일찌감치 어느 학자는 이 폐단을 '중앙의 신탁통치'라고 명명했다. 지방으로선 이런 굴욕이 없다. 인물 검증 차원에서 중앙당의 정당 공천이 이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썩어빠진 중앙의 패거리 정치는 '정당 공천제'라는 목줄을 쥐고 지방선거를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출마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의 '종' 노릇을 자처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 지역에서 지방발전에 적합한 단체장이 얼마나 있었나. 퍼뜩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민선 7기까지 오는 동안 부패와 비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 원천적으로 근절되지 않았다. 가장 큰 특징은 정치·행정의 사유화다. 이런 현상은 한국 지방자치의 구조적인 문제다. 지자체장은 인사권과 재정권 등을 손에 쥐고 전권을 휘두른다. 지자체장의 보은 인사는 그래서 인사철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내부 감시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인사비리가 터지는 이유다. 특히 시·군 단위 기초단체장들은 각종 공사와 사업에도 개입해 맘만 먹으면 임기 중 검은 돈을 두둑히 챙길 수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선거는 모든 걸 거는 전쟁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오직 한사람만 살아남는다. 출마자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중상모략과 배신.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이처럼 치졸하고 교활한 판이 없다. 정치란 이런 것인가. 국민들은 6.1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치를 떨었다. "타락의 극치"라고. 공천 결정이 하루만에 뒤집어지고,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공천에서 떨어지면 다른 당으로 옮기고, 진흙탕이었다. 급기야 공천 됐다 5일만에 취소된 한 후보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막스 베버는 "현실의 세계가 아무리 어리석고 천해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단언할 자신이 있는 인간만이 '천직'으로서의 정치를 갖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국민은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를 원한다. 우리는 앞으로 다음선거에서 야바위꾼 같은 정치꾼에게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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