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발발 72주년을 맞는 한국전쟁 추모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시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에서 자행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시집이 발간됐다. |
시인이자 미룸갤러리 관장인 김희정의 '서사시 골령골' 시집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28일 최종 선정됐다.
3차에 걸쳐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심사는 총 755건 지원 중 작품성을 인정받은 문학 분야 33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출판제작지원금 600만 원과 저작상금 300만 원을 합쳐 900만 원이 지원되며, 출판진흥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홍보 등 부대 혜택도 주어진다.
'1인칭 시점'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교도소에 끌려가 처형당하고, 땅속에 묻힌 후 70여 년 세월을 49편의 시 속에 담담하면서 애잔하게 담아냈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당시의 이데올로기와 접목해 '살아서부터 사후(死後) 70년까지'의 시간을 시적 언어로 승화했다.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용됐던 재소자와 대전·충남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7000명에서 1만여 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며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심사평을 통해 "시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는 글쓰기가 늘어나는 요즘, 실험정신으로 새롭게 시의 지평을 넓히려는 몇몇 진정성 있는 시편들에 손이 갔다"며 "역사를 다룬 시편들은 글쓴이의 역사의식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김희정 시인은 "저세상으로 가지 못한 망자의 영혼이 구천을 떠도는 기간을 의미하는 '49일'을 차용해 총 49편의 시를 수록했다"며 "통상적으로 싣는 해설이 아닌, 산문을 통해 이번 시집을 쓰게 된 동기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등 집필하면서 느낀 소외들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달여 짧은 기간 동안 집필하면서 몰입이 잘 되는 날에는 하루에 10편을 쓰기도 했다"며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망자들의 뼈아픈 한이 글 쓰는 내내 몸과 마음으로 전달되는 듯한 경험으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사시 골령골'은 6월 6일 제작을 마무리한 후 10일 이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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