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환경미화원 야구단이 연출한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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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환경미화원 야구단이 연출한 작은 기적

대전 환경미화원들로 구성된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 야구단
부족한 연습시간 열악한 선수층 KBO직장인 야구대회 결승까지 올라가

  • 승인 2022-05-31 15:54
  • 수정 2022-05-31 17:59
  • 신문게재 2022-06-01 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별첨. 2022 KBO 챌린저스 직장인 야구대회 시상식 사진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 야구단이 2022 KBO 챌린저스 직장인 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뒤 결승 참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대전시 환경미화원들로 구성된 직장인 야구팀이 KBO가 주최하는 직장인 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전 관내 5개 구청 환경미화원들로 조직된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은 5월 29일 열린 '제8회 2022 KBO 챌린저스 직장인 야구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쏠라이트'에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KBO 챌린저스 직장인 야구대회는 기업들이 야구 선수 출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은퇴 이후에도 직장생활과 야구 활동을 병행할 기회를 제공하고 직장 내 야구 활성화를 위해 만든 대회다.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은 2015년 대회에 첫 출전해 3번의 4강 진출을 이루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대회 결승 진출은 대회 출전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은 팀 결성 당시 대전도시공사 소속의 사회인 야구팀이었으나 올해 1월 환경미화원 업무가 대전 5개 구 자치구로 이관되면서 팀원들도 5개 구로 흩어졌다. 한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팀원들의 근무처가 서로 달라지면서 기존 도시공사 소속의 팀은 사실상 해체될 수밖에 없었고 연습 환경이 가능한 선수들을 따로 조직해 팀을 새로 정비했다. 사실상 외인구단이나 다름없는 팀이 된 것이다.

팀원들의 근무처가 서로 달라지면서 연습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얇았던 선수층에 팀이 해체 과정을 거치며 더욱 열악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며 기본적인 연습 구성원을 갖춘 게임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환경미화원 업무 특성상 새벽에 일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전 일찍 일을 마친 후 비어 있는 시간이 그나마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연습 장소는 갑천 야구장을 주 연습장으로 쓰고 있으나 대부분의 훈련은 도시공사 차고지 여유 공간에서 진행됐다.



팀을 이끄는 윤경영 감독은 "타 팀의 경우 훈련을 앞두고 휴가를 내주거나 업무상 배려를 해주는 경유가 많지만, 환경미화원 업무 특성상 연습 시간을 따로 할애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팀을 포기하지 않은 팀원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과거 한화이글스 투수 출신이다. 은퇴 직전까지 한화 2군 선수로 활약했으며 한대화 감독 까지 글러브를 잡았다. 대전환경사업지방자치단체조합 야구팀은 18명으로 이 중 7명이 선수 출신이다. 윤 감독을 비롯해 SK와이번스 출신의 전종석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고 부산대, 대전고, 청주고 등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주전 투수인 윤 감독조차도 연습시간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했지만, 예상했던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진출했다. 아쉽게도 13명의 프로출신 선수를 보유한 '쏠라이트'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누구 하나 실망감을 나타내는 선수는 없었다.

윤 감독은 "배트나 글러브 하나 온전한 것이 없는 사회인 야구팀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렬한 선수들"이라며 "선수 출신 선수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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