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장 |
위 인용 대목은 빅토르 위고의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한 단락이다. 장 발장은 몽뢰이유라는 작은 공업도시에서 마들렌이라는 가명을 쓴 채 공장주로 성공해 시민들의 간청으로 시장을 맡게 되는데, 어느 날 마차를 모는 한 노인이 마차가 진흙탕에 빠지는 바람에 바퀴에 끼여 죽을 지경이 되는 상황에서, 탈옥수인 자신을 평생 추적하고 있는 자베르 감찰관에게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함께 노인을 구해내는 장면을 그린 대목이다.
비록 소설의 주인공이지만, 장 발장은 인간의 위대함의 진면목 뿐만 아니라 시장이라는 리더의 덕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신상에 불리함이 닥칠 것이라는 점을 감수하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품위를 던졌던 것이다. 이같은 솔선수범의 헌신적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나아가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갖도록 한다. 여기서 우리는 시민의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한 때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마들렌상'을 제정해볼 것을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에 제안한 바 있는데, 장 발장이 시장이었다는 이야기를 기억해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언젠가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희망한다.
오늘 밤 늦게나 내일 새벽녘에는 다시 신임(信任)되거나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탄생한다(물론 교육감도 선출되지만, 지면 제한으로 논외한다). 즉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 거버넌스(gavernance, 협치)의 두 축인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책임자가 될 사람이 시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는다. 이들은 정부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국회의원과는 법적 지위와 배분 사무 측면에서 다르지만, 주권을 위임받았기에 국민의 대표라는 점에서 대등하다. 또한 이들은 공적 영역의 최전선에서 시민의 삶을 지켜내고 향상시키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시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의 선출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진정으로 강건한 '히어로'(hero, 영웅)의 탄생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이들이 진정한 히어로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히어로는 탄생과 창업이 아닌 업적과 공적에 의해 정해진다. 이와 관련해 외람되지만, 당선인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드리고자 한다.
먼저 올 초 이뤄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및 시행에 따른 지방자치 2.0시대를 맞아 지역이 주체가 된 지속가능하고 상생적인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세종시에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새 정부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지역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지역맞춤형 패키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의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공동체에게 주어진 운명(Fortuna)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행정적 미덕(Virtus)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의 리더들에서 발견되는 훌륭한 미덕이 공공선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는 '열정'(passion)과 통찰력이나 판단력과 같은 안목의 원천인 '사려깊음'(prudence)임을 늘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통합적이고 창의적이며 글로컬(glocal)한 리더십을 펼쳐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당선을 축하하고 낙선을 위로하는 뜻에서, 개인의 자유와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헌신했던 영웅적인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3번 '에로이카'(Eroica, 영웅적)의 동영상을 선물로 드리니 음미해 보실 것을 기대한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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