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 교수 |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779명의 광역의원과 2602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내일이면 끝이 난다. 아니 지난해부터 시작된 선거의 대장정이 끝나는 것이다. 솔직히 어느 쪽이 승리하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너무 피곤하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는 지난 대선부터 이어지는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를 똑똑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선수들은 지고도 승복할 줄을 모른다. 페어플레이 정신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이번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문화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선전은 예선전대로 결승전은 결승전대로 깨끗이 승복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정책선거보다는 네거티브 공방만 있다. 솔직히 우리는 선거 때마다 좋은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이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닐진대 매번 반복되는 현상이다. 좋은 정책도 많을 텐데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선거운동도 볼썽사납다.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자랑하는 국가인데 선거운동은 원초적이다. 아니 후진적이다. 대형현수막 홍수, 알바 선거운동원들의 댄스파티(?), 시장 좌판에서 물건 팔 듯하는 유세차량들…. 저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교육감 선거엔 관심이 없다.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백년대계(百年大計)인데, 도통 교육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같은 이념성향 후보들끼리의 단일화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이합집산과 ‘깜깜이’ 선거로 뽑힌 교육감에게 맡긴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제 내일이면 선거가 모두 끝난다. 바뀌어야 한다. 선거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스템의 변화라 생각한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정당승복시스템, 네거티브 공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송언론토론시스템, 디지털시대에 맞게 홍보를 유도하는 선거관리시스템, 그리고 깜깜이 복마전 선거를 해결하는 새로운 교육감 선출시스템(러닝메이트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 건강도 무너지고 지역 경제도 무너지고 국가의 살림살이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3.9 대선에서 선출돼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과 6.1 지방선거에 당선돼 7월 1일 출범하는 지방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절박한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여·야 입장을 따지지 말고 오직 국민, 오직 국가만을 위해 매진할 것을 부탁한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올해 1월 13일 시행됐다. 재정분권의 아쉬움은 있지만 주민참여가 강화됐고 지방의 자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치단체가 스스로 여건에 맞는 기관구성형태를 결정할 수도 있다. 또 권역별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이 가능해져 제2, 제3의 수도권을 형성할 수 있는 메가시티(Mega City)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것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역량이다. 소위 깜냥이 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이유다.
그 어느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지만, 이상의 이유로 이번 선거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하겠다. 선거는 니편, 내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고 나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혜택을 누리며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꼭 참여하시어 풍요롭고 행복한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하길 소망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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