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의날을 앞두고 만나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은 기후변화에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탄소저감과 재난대응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사진=이성희 기자) |
-환경의날을 제정해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다짐한 지 50주년이 되었다. 지구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기후변화가 불과 20년 사이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됐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겨울이 봄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초극단적 기후변화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기후위기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한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서 어느 날 내가 또는 이웃이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 있어서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우가 내려 그에 따른 홍수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문제는 우리의 이야기이자 내가 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최근의 기후예측 보고서를 보면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40년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리라 전망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더워진 상태에서 이미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파리 기후협정의 글로벌 목표인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절박한 문제이면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중대한 과제다. 작은 생활습관부터 산업구조까지 환경을 위한 변화를 시작할 때다.
-지구환경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나 우리 가족과 이웃의 문제라고 여기는 이는 드문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2021년 여름 유럽의 독일과 벨기에서 발생한 홍수 사례를 보면 기후위기의 자연재난 앞에서 안전한 곳이 있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유럽의 경우를 봐도 집중호우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져 기존의 방재 시스템에서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갑천 옆에 금강유역환경청 건물이 있지만, 유럽 수준의 폭우를 우리가 겪는다면 이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시스템을 바꿔 도시를 재설계한다는 생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느꼈다.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는 개인 차원에서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부분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차량이 부제를 지키지 않고 내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만들어진 미세먼지 때문에 농도가 더 짙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해자라고만 생각하면 환경보전을 위한 행동과 변화가 발휘되지 않는다. 나부터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을 위한 변화를 실천해야 할 때이고, 아이들에게 남겨 줄 미래를 생각해 플라스틱 저감이나 탄소 저감 등의 환경정책에 관심을 가질 때다. 탄소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성장을 이룬 국내 경제에서도 앞으로 중요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이 물관리 일원화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하천 관리와 치수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성희 기자) |
▲개발사업에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여러 지자체가 금강유역환경청에 협의를 접수하고 있다. 국토의 중심이면서 물류 유통에 유리하고 우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충청권에서 산업단지 개발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을 비롯해 금강유역이기도 한 충청권에 산업단지 분양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며 파악할 수 있다. 환경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개별 지자체마다 이뤄지는 개발이 금강 수질이나 충청권 대기환경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지자체만 승인되는 개발사업이 모여 총합이 되었을 때 최적의 시너지를 내지 않을 때 환경 오염은 비극이 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금강 전체의 맥락에서 상생으로 가줘야 한다. 지자체는 해당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개발행위만을 고려하겠지만, 오염된 하수나 배출가스가 결국에는 금강과 대기환경으로 모이게 된다. 충청권 주민 전체의 시각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개발행위를 진행할 때 환경 보전가치가 높은 곳을 사전에 조사·지정한 뒤 택지나 상업·산업용지를 계획하거나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해 산업단지 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출가스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폐수처리를 적정하게 하지 않아 뒤늦게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이 적잖은데 관리 대책은 무엇인가.
▲환경관리 최종 책임은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과 사람에게 있다. 공장을 경영해 이익을 추구한다면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이 적정하게 관리되도록 환경에 대한 책임도 있는 것이다. 기업은 자신이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나 폐수를 측정해 그 데이터가 법정 기준을 준수하는지 측정하는 의무가 부여돼 있다. 측정 업무를 전문성 있는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례에서 측정대행업체가 기업과 공모해서 배출물질이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아예 측정하지 않고 측정한 것처럼 꾸미는 사례가 간혹 보고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에서도 측정데이터를 조작한 곳이 있어 수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그러한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드론을 띄워 대기 중 오염물질을 측정해 대행업체가 제시하는 데이터가 맞는지 검증하거나 지표면에 닿는 태양광을 측정해 특정 산업단지에서 허용된 수준 이상의 오염이 이뤄졌는지 파악하는 첨단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또 저희가 운용하는 측정장비가 오염 감시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종사자 안전상 필요한 가스 누출지점을 찾아 보수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하거나 측정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으면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사안을 다루겠다.
금강유역환경청사. |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서 맡았던 하천관리 업무를 현재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국민 시각에서 보면 동일한 비용을 투입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문제인데, 그동안 물관리 이원화 정책은 국민 시각에서 충분한 만족을 드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또 시대적 변화도 있어 그동안 개발 중심의 하천관리였다면 지금은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하천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전 갑천 구간 중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월평구간에 제방을 쌓은 하천관리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월평공원과 갑천이 만나는 구간에 제방을 더 높게 쌓을 경우 습지의 기능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하천이 범람하더라도 위험이 없다는 전제에서 습지 기능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제방을 더는 확대하지 않고 수생태계를 유지하는 대안을 관계 기관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금강을 총괄해 첫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 것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홍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분석해 취약한 곳에 배수문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수행 중이고, 장마철 전에 정비가 어려운 곳은 대형 흙 포대를 준비해 응급 복구체계를 마련했다. 홍수위험정보를 주민들에게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알람 시스템을 갖춰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에 친환경 도선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었는데, 추진 방향과 원칙은 무엇인가.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을 개정해 주민들의 교통불편 해소 차원에서 친환경 선박에 한해 도선 운항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 옥천의 막지리와 오대리가 대청댐 건설에 따른 대청호 수위 상승으로 교통 불편지역이 되었다. 대청호가 상수원으로 쓰이다 보니 규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불편을 다소 완화하고 해소하고자 특별대책지역 종합대책을 개정한 것이다.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친환경 도선 운항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협의가 들어오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옥천군에서 가장 먼저 협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통불편 해소와 전기 등 친환경 선박, 상수원 보전 등의 원칙은 지켜갈 것이다.
-충청권 환경정책 종합 기관장으로서 향후 주안점을 둘 정책은 무엇인가.
▲금강유역환경청장을 맡아 충청권 환경을 바라보며 보낸 1년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 역시 금강의 한 지류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도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충청의 환경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속에서 성장한 경험이 환경업무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됐다. 생각보다 충청권이 겪는 환경 부하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개발제한에 막힌 수도권 대신 충청권에서 기업활동과 개발사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폐수 처리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어 환경 수용력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잘 컨트롤 해주지 않으면 후에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수용력 범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