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와서 받은 사랑, 사회에 반환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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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와서 받은 사랑, 사회에 반환하고 싶었어요"

22년 전 한국에 온 중국인 손봉련 씨
심리상담가, 다이음 강사 등 다양한 활동해 와
"단순 지원보단 다문화 여성 동참할 수 있는 정책 필요"

  • 승인 2022-05-30 09:29
  • 수정 2022-06-02 15:42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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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음 강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손봉련 씨 모습
중국에서 온 손봉련 씨는 지역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손 씨가 자신 있게 내민 명함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손 씨는 심리상담가이자 다문화 이해교육 전문강사이며 대덕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이음 강사, 중국이주여성공동체 회장, 대전이주여성 공동체 '꿈마실' 회장, 파랑새 인성 교육원 다문화이해교육 팀장이다.

여기에 대전시가족센터 대전 다문화신문 명예기자이자 통번역일도 한다. 낯선 타국에 정착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이유에 대해 손 씨는 인복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큼 손 씨 역시 결혼 이주 여성과 자녀들을 돕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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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련 씨 모습
-한국에 정착하게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다.

▲22년 전에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잘살아보려고 해외로 나왔는데 가장 믿었던 고향 사람에게 모았던 돈을 다 빼앗겨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때 날 도와줬던 사람이 한국인 심리상담 선생님이셨다.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꿈을 갖고 살라고 말해주셨고 상담을 통해 많이 이끌어주셨다. 시간이 흘러 언어 문제로 고향에 가려고 했지만 다시 중국에 가서 살기 막막하기도 했다.



고민하던 시기에 상담 선생님께서 여기서 노력해서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한국에서도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평소에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많은 성격인데 그때 당시는 단점인 줄 알았지만 선생님께서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시면서 결혼이민자나 산업연수생들을 상담해주는 쪽으로 일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분 소개로 남편을 만나게 돼 지금 1남 1녀를 두고 잘살고 있다.

-지역에서 도전정신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반환하고 싶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했는데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마음을 바꿨다. 열심히 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다른 환경에 아이들이 잠시 부끄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에게 인생의 모델이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고민하던 중 중촌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통번역 일을 했었다. 거기서 한동안 일하면서 취업하려고 했지만 학력이 안됐는데 같이 일했던 담당 선생님께서 대전에 있는 성인 고등학교를 찾는 걸 도와주셔서 괴정동에 있는 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때 담임선생님도 잘 만났는데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우송정보대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교수님께서도 사회 복지사를 하면서 가족상담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셔서 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도 딸 수 있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에 대한 운이 굉장히 좋았던 거 같다. 지금은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열심히 사려고 노력한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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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련 씨 가족 모습
-상담사로서 주로 어떤 이들을 상담해주는지.

▲다문화 가정을 상담한다. 자녀가 내동초등학교를 다닐 때 4년간 학폭위원회에 있었다. 그때 느낀 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가장 큰 원인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아빠가 결혼이주여성인 엄마를 존중해주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상담할 때 부모님이 아이들 앞에서 서로 존중하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녀의 부모님 관계가 잘 형성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아빠들의 가부장적인 사상이 고착되면 문제다. 대전시 다문화센터에서 부모 역시 동참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미션을 많이 줬으면 좋겠다. 보통 다문화 여성이 남편을 원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 표현을 못해 왕따를 당하거나 문제아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상담일 외에도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교생활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인가.

▲교육청 사업의 일환인데 언어와 문화 때문에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을 옆에서 돕는 활동이다. 초등학교에 직접 가서 5교시까지 다문화 가정 아이 1명을 전담해 멘토 역할을 한다. 총 200시간 동안 학교생활을 돕는데 작년에는 중학생 아이를 맡았었다. 사춘기라 처음에는 아이가 거리를 뒀지만 이 친구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수업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다 보니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이번 스승의 날에 연락이 오기도 했었다. 지금은 초등학생을 맡아 돕고 있는데 오늘 학생이 입학한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했다. 아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쓰면 내가 옆에서 번역해줬는데 준비했던 5줄 모두 발표해 아이가 굉장히 뿌듯해했다. 나 역시 짜릿함을 느꼈다.

최근 대전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딸아이 반 정원이 27명인데 그중 5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이 활동은 다문화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각 학교에서 교육청에 신청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지역에서 다문화 여성분들의 직업, 사회활동 그리 활발하지 않은 거 같다. 다문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확대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다문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취업은 어렵다. 아직 다문화 여성에게 많이 개방된 사회는 아니다. 미용 자격증 지원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미용 강사를 하는 사람은 불과 1%도 안 된다. 지금 다문화 여성 지원 프로그램에 있어 아쉬운 점은 국적에 따라 끼리끼리 모인다는 것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 파랑새인성교육원 원장님과 다문화여성 공동체를 만들었다. 지금 인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필리핀, 중국, 베트남,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였다. 각자의 경험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아서 재밌다. 한국어를 빨리 익히기 위해 모국어 쓰기 금지 룰도 만들었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다이음 강사로 취직하는 것이다. 다이음 강사란 다양한 연령대 가정에게 문화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가르치는 문화 강사인데 현재 나도 활동 중이다. 이미 같은 모임의 태국인 동료는 대전시 다문화센터에 다이음 강사로 취직했다. 다들 취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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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련 씨와 대전 이주 여성 공동체 '꿈마실' 회원들 모습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다양한 공약들이 나왔다. 지금 다문화 여성과 가정에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공직에 다문화이주여성이 채용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지금 지역사회엔 다문화여성에 대해 소리를 내줄만한 사람이 없다. 행정기관이나 센터에 다문화 담당자들이 있긴 하지만 다문화 가정에 대해 알 수 있거나 공감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공직사회에 다문화여성이 나가게 된다면 문제점이나 고충을 노출할 수 있는 통로로 마련되고 빨리 개선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결혼이민자들은 남편에서 시집가는 순간부터 한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 국민으로 받아들이기보단 예산 소비하는 하층민으로 보는 인식이 더 커서 안타깝다. 결혼 이주 여성 대부분이 한국사회에 짐이 되기보단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주어진 기회가 별로 없다. 단지 나라 재정을 소비하는 지원보단 결혼 이주 여성이 동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에 동참해 결혼 이주 여성 역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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