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사무처장 |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의제가 주요공약으로 떠오르는 선거가 되길 바라며 '대전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시민이 만든 10대 녹색전환 정책'을 공동으로 선정·발표했다.
10대 녹색전환 정책은 202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25% 감축,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 불평등 해소에 필요한 지표 마련, 2023년 대전광역시 기후위기대응기금 마련과 탄소인지예산제도 조례제정 등을 주요하게 선정했다. 1인당 1만원 생태전환 교육 예산 확보,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최종에너지 소비 10% 감축 및 재생에너지 발전량 10% 상향, 건물 그린리모델링 지원,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40% 및 자전거 수단분담률 10% 달성, 자원순환센터 설립, 녹색 일자리 마련 및 사회적 금융 구축 등의 의제도 담겨있다.
지역 기후위기 대응운동 연대체인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에서 이 10가지 의제를 각 당 시장후보에게 공약으로 제안하며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기도 했다. 한 명의 후보에게만 답변이 도착해 대응 의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한 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 여부와 별도로 살펴본 대전시장 후보들의 5대 공약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의지가 담긴 내용은 없었다. 일부 복지공약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재개발, 도로나 도시철도 신설 등 개발 위주의 공약이 차지하고 있었다. 국제협약에 의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해지고 탄소중립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도 지방선거의 주제는 여전히 개발과 일자리로 갈음되는 경제성장이 주요했다.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공감하며 생존과 삶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개발공약이 있어야 승리한다'는 룰이 지배적인 지역 선거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의 전환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판단하는 정치의 모습이 심히 우려스럽다.
기후위기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오랫동안 견뎌오고 있고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직면하고 있는 시민들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지역사회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의 낡은 개발논리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며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끝도 없고 그 한계도 모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성'을 갖춰 갈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 후보의 5대 공약에는 없지만 일부 구청장 후보, 진보정당 시·구의원과 비례대표 후보들이 기후의제를 주요공약에 담고 있어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그나마 선택지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저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하며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 가는 '죽은 물고기가 되지 말라'는 충고를 남겼다. 6월 1일 이후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뽑았든 뽑지 않았든 곧 당면하게 될, 지역민들이 선택한 '우리의 얼굴'이다. 그 앞에서 '나는 당신을 뽑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 얼굴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역사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고 말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얼굴이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후문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은 '죽은 물고기'가 될 수 없다. 지역의 전환을 위해 계속 이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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