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스포츠와 정치의 '파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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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스포츠와 정치의 '파이송'

  • 승인 2022-05-29 08:5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에는 어떠한 종류의 정치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등에서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의 수단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다. 이처럼 스포츠 현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이게 현실에서는 쉽지가 않다. 많은 대중이 모이는 스포츠 행사는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며 스포츠가 내포하고 있는 건강하고 공정한 이미지는 정치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충 되는 상호 간의 입장으로 인해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2019년 4·3 보궐선거에서 모당의 후보는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내에서 선거운동을 펼쳐 구설에 올랐고 결국 해당 구단은 경기장 내에서의 정치적 행위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벌금 20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다른 사례로 2018 평창올림픽 당시 한 유력 정치인은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본인의 신분으로 출입할 수 없는 구역까지 들어가 같이 사진을 찍는 등 이른바 '특혜응원' 논란에 휩싸이며 대중들의 빈축을 샀다. 정치가 스포츠를 수단화하려고만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스포츠 사랑(?)이 지역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후보들은 각종 체육행사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역의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자신만의 비전을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들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스포츠 사랑이 딱 선거철 한때뿐이라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성장과 복지에 있어 여러 가지 유용성을 갖는 스포츠라는 제도를 정치인들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지역 내 마땅한 운동부가 없어 타지로 향하는 체육 유망주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처우를 받는 체육지도자들, 집 인근에 저렴하고 쾌적한 환경의 공공체육시설이 없어 스포츠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수 접하는 입장에서 보면 결코 과한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최민식이 주연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의 전체 주제와는 별개로 인상 깊게 본 장면은 3.14159265358979…로 계속되는 원주율을 악보로 활용해 만든 '파이송'을 연주하는 대목이었다. 불규칙하게 무한대로 발산하는 숫자들이 음악과 결합하니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 됐다. 각각의 성격이 다른 수학과 음악이라는 영역이 하모니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결합할 때 아름다운 시너지를 내는 장면에서 정치와 스포츠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곧 대전시정을 이끌 지도자가 선출된다. 당부하건데 스포츠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당면 과제를 제시한다. 먼저 지역 체육 예산을 지금 보다 확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기준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체육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 규모로는 15위에 머무는 수준으로 타 시도 대비 열악한 상황이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예산 확충과 함께 이에 대한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체육지도자들의 처우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일선 지도자들은 연차에 따른 급여 상승분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체육예산 중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에 배정되는 예산보다 체육시설위탁관리비 등에 예산이 치중되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체육지도자 호봉제 도입'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또 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해 이를 통한 도시 브랜딩 강화와 국비 확보를 통한 체육 인프라 확충 등도 시급한 과제다. 선거철 '수단'이 아닌,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목적'이 되는 스포츠 정책을 통해 더욱 살기 좋은 대전을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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