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누리호를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사업은 2010년 착수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되는 사업이다. 우주기술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발사체는 전략기술에 속해 독자개발 외에는 확보할 방법이 없다. 국민들은 발사 때가 되면 관심이 생기지만, 이러한 발사 때까지 묵묵히 10여 년을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수많은 기술적 장벽을 헤쳐나온 연구원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2차 발사를 성공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완성형임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설사 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의 기술축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장시간을 기다려주고 인내해 주며 국가의 우주역량 강화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국민들의 성원이다. 우주는 이미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 궤도상에 있는 수천 개의 위성들을 통해 기상, 해양, 농업, 산림, 환경, 재난재해, 통신, 항법, 군작전 및 정밀유도무기 등 다양한 활용을 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우주관광, 우주태양광 등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달, 화성, 소행성 등에 있는 무한한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조명되면서 미래 우주시대에 우월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경쟁이 시작됐다.
인류의 우주로의 영역 확대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운송수단이다. 운송수단이 없으면 우주로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우주로의 접근역량이 없으면 당연히 우주시대에 뒤처지는 국가가 된다. 결국 다른 나라의 우주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처지가 되며, 국가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전략적인 통제에 휘둘리게 된다. 이미 우리는 반도체 부품이나 요소수사태에서 보았듯이, 다른 나라들이 항상 친절하거나 우리를 위해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주는 이렇듯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영역이며, 국가의 생존, 국가의 미래번영과 연결되는 영역이다.
누리호의 발사가 성공하면 환호하고, 실패하면 실망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우직하고 담대하게 밀고 나가야 할 국가의 큰 그림의 한 획에 해당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누리호는 이번 2차 발사 이후에도 계속 발사가 예정돼 있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소형군집위성들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갈 것이다.
아울러,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누리호가 600~800㎞ 상공의 지구저궤도에 1.5t까지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발사체인데, 차세대발사체는 3만 5800㎞ 상공의 지구정지궤도와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 그 너머의 행성까지도 운송이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항우연의 연구원들이 몇 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검토한 후에 나온 이 차세대발사체 사양을 보면 누리호가 1.5t을 올리는 지구저궤도에는 7t까지, 그리고 달까지는 1.8t까지의 화물수송이 가능한 능력을 갖게 된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이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함으로써 첫 관문에 들어서게 됐다. 앞으로 차세대발사체사업도 잘 진행돼서 우리나라의 활동영역이 더 넓은 우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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