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조 대전법동초 교사 |
아이들이 블록코드로 직접 제작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종이 VR카드보드를 활용하여 확인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학생이 스스로 만든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스마트기기로 확인하며 뿌듯해한다. 학생들과 함께한 실과 수업의 한 장면이다.
올해는 학급 담임이 아닌 교과전담교사로서 실과라는 교과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학창시절 실과 시간에 바느질도 배우고, 음식도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호박전이라는 것을 부쳐보고 맛보며, 나도 요리할 수 있다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요즈음 실과 시간에는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도 진행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과학기술 소양 함양 교육의 일환으로 SW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국가·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었고, 이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5·6학년 실과 교과에서 SW 기초 소양 중심의 교육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앞서 말한 실과 수업의 한 장면은 바로 SW교육 수업 장면이다.
대전법동초등학교에 2015년에 부임하여, 2017학년도 즈음부터 아이들과 코딩 삼매경에 푹 빠졌다. 어언 6년째이다. SW에서 시작된 관심은 요즈음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로 나아가고 있고, 이러한 테크놀러지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유의미하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궁리하고 있다. 나는 왜 이러한 IT 교육을 초등 현장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늘 갖고 있는 생각은 과연 과거에 중시되었던 학업 능력들이 미래에도 중요할까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본인이 직접 하기 귀찮거나 오래 걸리는 작업들을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에게 맡긴다. 토니 스타크는 간단한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여 자비스에게 물어서 확인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아침 식사 메뉴를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다. 토니 스타크는 게으르고, 기억력도 좋지 못해 보이니 과거 중시되었던 능력 관점에서는 부족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토니 스타크가 스마트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이 들었을까?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인물로 보았을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능력, 수치를 정확히 측정하고 계산하는 등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바로 수학적 능력을 필요로 하여 학교에 수학이란 교과가 들어온 것처럼, 현 시대는 다양한 테크놀러지 그 중에서도 IT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꼭 배워야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 학교 현장은 이러한 급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 내가 아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교육과 더불어 이러한 IT교육에도 진심인 이유이다.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어느덧 아이들도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시각이다. 수업을 마치고 서로 인사하며 우르르 왁자지껄 아이들이 하교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똑똑똑.' 내 자리로 찾아온 아이들이 수줍게 편지를 건넨다. 아, 이번 주 일요일이 스승의 날이구나.
'5학년 0반 000입니다. 처음에 실과를 배울 때 관심이 많이 없었는데, 나도 전문가들처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선생님, 처음에는 코딩이 왜 필요하지라고 생각했던 제가 꿈이 바뀌었어요. 요리사가 꿈이었는데, 인공지능 요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회사도 차려보고 싶어요.'
한 친구는 편지를 툭 건네며 "실과시간이 일주일에 5번이었으면 좋겠어요"하고 간다. 심쿵… 오늘도 이런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강신조 대전법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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