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전 은행동 으느정이 거리 곳곳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재시행한다고 했을 때 반갑고 기뻤는데 6개월 유예라는 말을 듣고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쓰레기를 수출하고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납니다"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품 보증금제가 6개월 미뤄지면서 지역 시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플라스틱 컵을 주운 후 탑을 쌓아 SNS에 인증을 하거나 프랜차이즈 매장에 쓰레기를 되돌려주는 식으로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에 항의의 메시지를 표시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6개월 미뤘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일회용컵 음료를 받으려면 300원을 내고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소상공인 점주와 프랜차이업계에서 비용과 인력 부담을 호소했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도가 유예되며 시민들은 SNS 쓰레기 인증이나 플라스틱 어택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항의에 나섰다. 플라스틱 어택이란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과대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분리해서 버리고 오는 운동으로, 유통업체에 불필요한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해 진행된다.
대전환경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경씨는 5월 26일 은행동에서 컵 줍깅 행사를 기획했다. 이윤경씨는 "지금까지 일회용컵을 쓰는 것에 대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해 환경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이해해 당연히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유예되니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컵가디언즈'는 SNS를 통해 줍깅과 플라스틱 어택 행사를 독려했다.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의 로고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은 후 SNS에 관련 해시태그를 달고 환경부와 해당 프랜차이즈를 태그하는 방식이다. 컵 줍깅을 한 후 가장 많이 버려진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앞에서 더러운 컵으로 보증금제를 기원하는 다보탑 쌓기 '더보탑' 퍼포먼스도 한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도 유예에 프랜차이즈 본사와 정부가 제도적 보완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 카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보증금제에 찬성하지만 일회용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영업자에게만 비용을 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하소연했다.
컵이 재활용되기 위해선 컵 프린팅과 미환금액 보완 등 현실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최윤영 활동가는 "재활용되기 위해선 프랜차이즈 로고 프린팅 대신 음각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보완돼야한다"며 "보증금을 못 받아 미환급액이 축적되는 매장에 지원을 하는 등 간극을 메꾸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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