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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린아 변호사 |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비현실적 이상(理想)이라고 여겨지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의미보다는 '두 사람이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해내는지에 따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한 가정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백과사전상 의미는 '결혼한 남녀로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법적인 의미는 '남녀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해 형성한 공동체'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저 무미건조한 문구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
법원은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때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인즉슨,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어떠한 장애가 있더라도 부부인 이상 이미 형성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쌍방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고 설사 상대방 측이 먼저 어떤 크고 작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갈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이혼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그 혼인관계가 깨어진 것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명백한 유책 사유인 부정행위(불륜), 악의의 유기(가출) 등이 아닌 이상 어지간한 갈등이나 불화, 비교적 경미한 정도의 폭언이나 폭행 정도로는 법원이 일방의 유책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다.
변호사 생활 10년 차인 지금 '어쩌다 이혼전문변호사'로 활동을 하고 있고, 변호사 생활과 거의 동시에 시작한 결혼 생활도 역시 10년 차가 됐으며, 10년 차 부부로 살다 보니 때로는 '사람들이 이럴 때 이혼을 생각하는구나' 싶은 순간도 종종 찾아오곤 한다.
이혼소송을 맡게 되면 짧게는 1~2년, 길게는 20~30년의 혼인기간 동안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둘로 돌아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당사자는 상대방이 혼인생활 중 잘못한 것들을 수없이 나열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억울해하지만 억울하고 할 말이 많은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결국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부부 쌍방에 잘못이 있다. 과실비율이 50:50인지, 80:20인지는 다르더라도, 100:0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이혼 사례를 간접 경험하면서 일방 배우자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배우자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비난하는 말과 비꼬는 말투, 경멸의 눈빛으로 대했던 나의 모습, 배우자의 노력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나의 희생만을 알아주길 바랐던 생각. 다툴 당시에는 나 역시 상대방의 잘못이 100%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대부분은 내 잘못도 결코 없지 않았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현재 상황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불협화음이 조금도 없을 순 없는 것이기에 나부터 그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한 노력,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상대방에게 내 느낌과 생각을 전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 민법과 법원이 요구하는 부부로서의 '협조의무'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법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협조의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충실히 이행한다면 조금은 부부의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며 글을 마친다.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히 올바른 상대를 찾음으로써 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상대가 됨으로써 온다."(브루크너)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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