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윤휴선생 산성동 묘지 이장설에 지역문화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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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윤휴선생 산성동 묘지 이장설에 지역문화계 ‘촉각’

보문산도시자연구역 보존 '탑골근린공원' 조성에 묘정 편입
남원윤씨 문중 "되도록 존치해 선조 뜻 기리고 싶어"
지역문화계 "대전충청의 대표인물 한 곳에서 시대정신 지속조명해야"

  • 승인 2022-05-24 15:31
  • 수정 2022-05-24 15:40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윤휴묘정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선생'의 사상과 업적 재조명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묘지 이장 구설수가 맞물리면서 지역 문화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선생의 묘 앞에 내걸린 분묘 이장 안내판. <백호윤휴선생 추모제추진위원회 제공>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 선생'의 산성동 묘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분묘 이장설에 지역문화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문화계는 20일 열린 첫 추모제로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 조명에 시동이 걸린 만큼 묘정을 존치해 개혁적 사상가였던 윤휴 선생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기사 중도일보 2022년 5월 23일 자 6면 게재>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보문산 도시 자연구역' 보존을 위해 중구 사정동 일대에 탑골근린공원 조성을 계획 중이다.

대전 오월드 위쪽 백골삼거리(서쪽)부터 한밭도서관(동쪽) 앞쪽까지 가로형으로 길게 늘어선 모양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지난해까지 지적조사를 완료했다. 6월 중 토지보상에 따른 공고에 이어, 올해 9월과 10월 중 가격 합의 절차에 들어간다.



탑골근린공원-조성평면도
탑골근린공원 조성계획 평면도 <대전시 제공>
문제는 백골삼거리 쪽으로 탑골근린공원 경계 부분에 백호 윤휴 선생의 묘정이 포함되면서 옮겨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사정동 201-1번지에 자리한 그의 묘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윤휴 선생과 그의 아버지와 아들 삼대의 묘역, 그 앞쪽으로 선·후대 묘지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현재 묘정을 포함한 2만여 평에 달하는 인근 산성동 부지는 남원윤씨 문중 소유다.

윤휴 선생의 직계 후손들과 문중 측은 되도록 묘정을 존치하고 가능하면 사적공원으로 조성해 같은 자리에서 선조들의 뜻을 기리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묘정 일대의 땅 전체를 존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며, 존치에 따른 문중의 정식 의견에 따라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휴 선생은 과거 대전 유등천이 흐르는 유천동과 산성동, 도마동 일대에서 20대를 보내며 학문을 높였다. 그의 외갓집(모친 고향)은 충북 보은으로 대전을 넘어 충청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가치 보존 필요성이 강조된다.

지역 문화계는 20일 첫 추모제로 '윤휴'라는 지역의 큰 인물 조명에 시동이 걸린 만큼, 묘역을 존치해 개혁적 사상가였던 그의 업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원 조성을 이유로 묘정을 옮기는 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묘역을 포함해 공원을 조성하는 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일도 아니라는 목소리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은 "지역의 인물 재조명을 위한 발판 초기에 이장설이 불거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대전과 충청의 정신적 지주인 윤휴 선생의 사상과 업적이 현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재조명 명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기전 산성마을신문 대표는 "산성동 묘정 일대는 300년 넘게 종중 땅에서 그의 선대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며, 남원 윤씨 종중 땅이 대전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며 "공원 조성에 있어서 묘역 존치로 인해 분위기가 훼손되는 게 아니며, 무엇보다 선생의 개혁 정신과 북벌정책, 평등사상 등 묘역을 존치해 그의 사상과 철학을 꾸준히 널리 알리고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공원의 경계 부분에 편입된 윤휴 선생의 묘정 존치에 따른 문중의 명확한 의견이 개진되면 차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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