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 대전시 건설도로과장 |
지금까지 땅 밑은 상수도관, 하수도관, 전기, 통신, 가스관 등 각종 지하시설물이 서로 엉키고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지만 묻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위험을 미리 알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것, 인간의 불안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밖이 궁금할 때 창을 연다.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부는지, 아이가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는지, 창밖으로 누가 지나가는지 확인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지하공간은 우리에겐 심리적 부담감이 있는 두려운 공간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고 인구가 집중되면서 이제는 지하철, 지하도로, 상하수도관로 등 도시발전에 필요한 시설이 설치되어야 하는 필수 공간이 되었다.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건설을 위한 터널공사가 원인이 되어 폭 2.5m, 깊이 5m, 연장 8m 정도의 도로침하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과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무서운 인재가 될 뻔한 사고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2015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8년부터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2018년 9월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와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근처 온수배관 파열사고로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지하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반 침하사고는 지진과는 사뭇 다르다. 1년에 수회 정도 발생하는 국내의 지진과는 다르게, 지반침하는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많은 경우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간 2만 건 이상의 신설 굴착현장, 터널현장과 시설물의 노후화 증가는 지반침하의 70% 이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지반침하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대전시도 지반침하 사고예방과 체계적인 지하안전관리를 위해 2019년 7월에 전담부서를 신설했으며 매년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하수관에 대한 GPR(지표투과레이터) 탐사를 통해 지하에 비어 있는 공간 66개를 발견해 복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반침하 발생 건수가 2019년 20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대폭 감소됐으나, 지반침하사고 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노후·취약 상하수관 개량과 굴착공사장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치렀다. 땅이 꺼지고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치고 재물이 손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사고 대부분이 지하공간의 무절제한 개발 그리고 지하시설물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인재에 가까웠던 사실에 지하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반침하 등 지하사고는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땅이 꺼진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지하공간 조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지하안전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선적으로 집중 관리해야 한다. 이제 지반침하 사고예방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시대적 소명이다. /최종문 대전시 건설도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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