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 교수 |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근본 원인이기는 하나 지나친 수도권 집중 현상에서 비롯된 지방대학의 위기를 의미한다. 지난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8곳도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1980년 기준 35.5%에서 2015년 49.5%까지 늘었다. 국토연구원과 국회 미래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2050년의 수도권 집중도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직장까지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지역의 자랑이던 대학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 지역 균형발전은 요원해지고 지방 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 정원은 웬만하면 2만 명이 넘어가고 3만 명이 넘는 대학도 15개나 된다. 특히,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많다. 대학 1곳당 평균 정원도 8,554명으로 일본 2,467명, 미국 3,447명에 비해 2배가 넘는다. 해외 명문 대학인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학부생 수는 5천∼6천 명 수준이고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쿄대, 중국 베이징대 등이 1만∼1만 5천 명인 것을 감안해도 너무 많다. 그러나 정원감축은 2013년 대비 2018년까지 수도권 대학은 2~3%, 지방대학은 18%가 감축되었다.
최근 대학연구소가 발표한'정부 대학 재정지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학이 정부 연구개발지원의 44%를 독식하고 있고 4년제 대학의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지방대학이 91억 원에 비해 수도권 대학의 연구개발 지원액은 236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학 재정지원에서 4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지원도 수도권 대학 225억으로 지방대학 평균 지원금 121억 원보다 2배가 많다. 그러나 지방대학을 위한 지원은 미흡하다. 국회에서'지방대 육성법'이 12개 발의되었지만 대부분 계류 중이고 지방대 살리기의 방편으로'공영형 사립대'를 추진했으나 예산이 줄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대학도 벚꽃처럼 화려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대학은 적자생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학마다 특성화된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대이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는 지역경제와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다음과 같은 발상의 전환과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대학 캠퍼스를 혁신지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같은 건물에 대학연구실과 민간 기업을 입주시켜 유기적인 산학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입주한 기업에는 세금혜택과 채용된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도 감면을 통하여 대학에는 취업 문제해결을 기업에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제대학 설립을 통한 유학생 유치를 지원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대규모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인프라 및 제도개선을 지원해야 한다. 유학생 유치를 위한 물적, 인적 인프라 지원과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해외 교수확보를 위한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셋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한 지방대학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재정 마련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 교육행정을 지원하는 돈으로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만 포함되지만, 제도를 개편해서 지방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벚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벚꽃이 지더라도 담쟁이 가시넝쿨에서 빨간 장미가 피고 들판의 잡초 사이에서 희망의 데이지가 필 것이기 때문이다.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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