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잊혀진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선생’ 재조명 첫발...20일 묘정서 추모제 열려

  • 문화
  • 문화 일반

[현장] 잊혀진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선생’ 재조명 첫발...20일 묘정서 추모제 열려

사정동 201-1번지 묘정서...올해로 342주기
11세손 윤영준씨·이기전 추진위원장 등 30여명 참석
조선후기 개혁가, 시대정신 되새겨 후세대 거울로

  • 승인 2022-05-22 11:52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윤휴추모제=의식풍물길놀이
(왼쪽)행사에 앞서 제의식을 지내는 모습. (오른쪽)'악동어우름' 픙물패가 길놀이로 행사 시작을 알리는 모습.<사진=한세화 기자>
잊혀진 대전의 인물 '백호 윤휴선생'의 사상과 업적 재조명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제342주기 '백호 윤휴선생 추모제'가 20일 대전시 중구 사정동 201-1번지 묘정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조선후기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양반의 특권을 내려놓는 개혁으로 백성의 아픔을 같이하고자 했던 개혁가 윤휴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첫 추모제인 데다, 지자체가 아닌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산성마을신문이 주최하고 백호 윤휴선생 추모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추모제에는 선생의 10세손인 윤용진 교수의 아들 윤영준 씨를 비롯해 이기전 산성마을신문 대표,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권광순 자문위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윤휴추모제=단체컷
추모제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이기전 산성마을신문 대표, 세번째는 윤휴선생의 11세손 윤영준 씨. <사진=한세화 기자>
취재를 위해 직접 찾아가 보니 묘정을 알리는 길 입구의 표지판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진입로 중간 이정표도 없어 초행자들의 길 찾기에 혼선이 야기될 수 있어 다소 아쉬웠다.

추모제가 열린 이날 오전 11시가 되자 풍물패 '악동어우름'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최창희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의 개식에 이어 임세환 산성동 주민대표가 토지신에게 고하는 고유제문 낭독이 이어졌다.

오수남 운영위원장의 경과보고와 이기전 추진위원장의 추모사, 유족대표와 자문위원의 헌사, 추모시 낭독 등이 있었으며, 헌화는 추모제 장소에서 15m가량 떨어진 묘정에서 진행됐다.

묘정에는 윤휴선생과 그의 아버지와 아들까지 삼대의 묘지가 있으며, 묘정 앞쪽으로 길게 늘어선 곳에는 선대 묘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백호 윤휴(1617~1680) 선생은 17세기 산림학자이자 개혁적 사상가로 주자성리학의 교조적 권위를 누렸던 조선후기의 경학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수립했다.

하지만 사문난적(斯文亂賊, 유교와 성리학의 교리를 어지럽히고 그 사상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으로 몰려 정치·사상적 숙청을 당했으며,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

대전을 대표하는 인물임에도 역사적으로 불운한 배경 탓에 조선말까지 신원이 회복되지 못하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의 의기투합으로 그의 발자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휴추모제=헌화
(왼쪽부터) 헌화를 거행하는 모습과 윤휴선생의 묘지 모습. <사진=한세화 기자>
윤휴선생 재조명은 2020년 1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산성동 가볼만한 곳' 소개와 같은 해 11월 산성마을신문에 묘정이 소개된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이듬해인 2021년 8월 묘지 입구에 이정표 설치와 함께 추모제가 결의됐다.

이기전 백호윤휴선생 추모제추진위원장은 "이번 추모제가 백호 선생의 공적을 널리 알리는 초석이 될 거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선생의 북벌, 신분제 완화, 양극화 해소 등 개혁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승할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국회의원은 이날 축전을 통해 "당시에는 '윤휴'라는 이름은 배척받고 금기시됐지만, 개혁과 변화가 요구되는 지금 시대에 유독 생각나고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며 "선생을 기리는 행사와 사업들이 확대될 수 있도록 산성마을신문과 추모제추진위원회에서 더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1.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2.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3.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