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의 역사를 지닌 대전 ‘한의약 특화거리’가 2023년까지 정부와 대전시, 그리고 대전디자인진흥원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부흥기를 누렸던 옛 약령시(藥令市)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로 2022년 버전 한약의 현대화, 그리고 대중화를 위한 시도다.
대전디자인진흥원(원장 윤병문)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시·군·구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RIS)'에 선정됐다. 한의약 특화거리 자산을 활용해 3년 동안 '한방=K-힐링'을 테마로 상품개발 기업 지원과 공유브랜드 개발 지원이 핵심이다. 정부-대전시-시 산하기관-대학-특화거리 업체가 합작했다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과정과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전 한의약 특화거리 기반 K-힐링 상품 개발 활성화 사업은 '늘굿한방대전'이라는 공유브랜드로 집약된다. 이 사업을 주관한 대전디자인진흥원과 참여 기관으로써 공유 브랜드를 직접 개발한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최희영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학과 교수), 1차 년도 참여 업체인 중도한약방 김재순 대표, 국·시비 매칭을 통해 예산을 지원과 사업 전반을 총괄한 송병철 대전시 과학산업국 기반산업과장까지 늘굿한방대전의 주역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대전대 최희영 커뮤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는 늘한방굿대전이라는 공유 브랜드를 통해 한의약 특화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늘굿은 글자들이 손을 맞잡고 가는 동행의 이미지를 담았고, 사계절 한약재를 테마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
'늘굿한방대전' 공유브랜드 개발을 진두지휘한 최희영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3대 한약시장이었지만, 올드한 이미지가 강한 대전 한의약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학생들과 함께한 브랜드 네이밍 과정에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이름만으로도 힐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한 이유기도 하다.
최희영 교수와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대전 한의약 특화거리 기반 K-힐링 상품 개발 활성화 사업에서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공유브랜드 만들기였다. 각양각색의 상품과 테마를 일관성 있는 브랜드로 이목을 사로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였다.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은 대전이라는 도시를 알리고 탐구하는 관점에서 지역의 콘텐츠를 쌓아왔다. 역량이 쌓인 만큼 대전디자인진흥원에서도 적극 파트너로 제안했다는 후일담이다. 최희영 교수는 "한의약 특화거리에 가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는 의미에서 늘굿한방대전이다. 대전은 한방의 도시기도 하지만 대전은 한방이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의약 특화거리의 강점을 응집하는 브랜드화 작업은 막막한 순간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촌스럽지 않고 친근하고 쉽게 각인될 수 있는 네이밍과 한방, 대전, K-힐링을 모두 만족하는 브랜드, 사업에 참여한 업체의 모든 상품을 포괄할 수 있는 포용력까지 담겨야 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늘굿한방대전은 네이밍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다만 늘굿이라는 이름이 추상적이고 디자인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최종적으로 나온 공유브랜드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늘굿의 이미지와 봄의 꽃, 여름의 식물, 가을의 열매, 겨울의 뿌리라는 한의약 재료를 테마로 디자인 완성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잘 만든 상품도 결국은 마케팅 없이는 무용지물. 최희영 교수는 "1차 년도에 공유브랜드와 주요 상품이 개발됐다면 2차 년도 사업에서는 더욱 확장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늘굿을 손잡고 가는 마크로 생각한 이유도 젊은 세대가 방문해 오랜 역사를 지닌 특화거리와 조우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대전역에 내려서 시내로 진입할 때 늘굿 상품의 로고가 붙은 제품들이 진열되는 날을 꿈꿔본다"고 말했다.
중도한약방 김재순 대표. 김 대표가 들고 있는 제품은 늘굿한방대전 상품 전에 만든 시제품이다. 이 제품이 사업 지원을 통해 '보강'이라는 제품으로 탄생됐다. |
1953년 문을 연 중도한약방 3代 대표인 김재순 원장은 특유의 맛과 향으로 거부감이 큰 한약 복용법을 바꿀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대전디자인진흥원의 특화거리 K-힐링 사업을 만나면서 오랜 고민을 해결했고 향후 한약방의 미래까지도 설계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중도한약방은 대전 한의약 특화거리 1차 년도 참여업체 9곳 중 한 곳이다. 김 대표가 만든 상품화한 제품은 무카페인 에너지 부스터 '보강'이다. 한약의 쓴맛을 중화하고, 카페인을 추출한 피로 회복 활력 충전에 도움을 주는 음료다.
김 대표는 "한약 맛을 최대한 제거하려고 했는데 한약 특유의 향과 맛을 모두 잡을 수는 없었다. 한약은 똑같은 레시피라도 대량과 소량으로 달일 때 맛이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맛을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효과나 효능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중도한약방을 비롯해 9개 업체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은 역시나 디자인과 마케팅이다. 대부분 한약재 판매, 한약 제조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뿌리 자영업자들로 디자인과 마케팅을 기존 사업과 연계도 쉽지 않았다.
중도한약방에서 제작한 무카페인 에너지 음료 '보강'. 공유브랜드 이미지로 개선된 이후의 모습. |
김재순 대표는 K-힐링 사업이 단순히 제품 제작과 마케팅을 시발점 삼아 한의약 특화거리 전반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과 대구에 이은 전국 3대 약령시라는 대표성을 지속할 수 있는 지원과 특화 연계 사업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김 대표는 "한방이라는 테마도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진단에 좋은 한약, 연관된 제품, 안마요법 등 지역의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테마를 연계해서 범위를 넓혀간다면 한의약 거리도 90년대의 부흥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과학산업국 송병철 기반산업과장은 K-힐링 사업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또 지원사업으로 완성된 늘굿한방대전 제품을 2022 UCLG와 신세계 대전홍보관에서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송병철 대전시 과학산업국 기반산업과장은 한의약 특화거리의 공유브랜드 '늘굿한방대전'의 지속 가능함, 그리고 제2의 브랜드 개발을 그려보고 있다. 국비 사업이 아닌 대전형으로 추진해 침체 된 특화거리의 제2의 부흥기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이 K-힐링 사업 추진과 진행 과정 전반을 컨트롤 했다면 대전시는 예산 집행과 사업 전체를 총괄해 올해와 내년도를 정비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송병철 기반사업과 과장은 "당초 한의약 거리와 인쇄거리까지 추진하려고 했지만, 공모 사업에서 한의약 거리만 선정됐다. 침체 된 한의약 거리를 지역 연고 사업으로 추진해 발전시켜 보겠다는 뜻이 모여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시·군·구 지역연고사업은 국비 5억에 시비 5000만원이 매칭됐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 개발과 상표 개발을 맡았는데 전문가를 매칭해 경영부터 상품 기획까지 산업 활성화에 주력했다.
1차 년도는 참여 업체 9곳 가운데 이미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은 상품 개발과 디자인 적용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곳은 전주기 지원으로 총 3년 동안 상품 개발과 마케팅까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방목배게. |
나한과추출설탕. |
담금주 키트. |
새싹쌈 키트. |
관건은 역시나 지속 가능 여부다. 부처의 공모사업에서 대전형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참여 업체의 만족도도 필요하지만, 대전시의 지속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 과장은 "한의약 특화거리에는 점포가 90개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상시 영업 중인 점포도 있지만 매년 한방식품류만 개발하는 것은 다양성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지역 화장품 제조기업과 한의약 특화거리의 유무형 자산을 연계해 뷰티 산업으로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10월 2022 UCLG 총회와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 대전홍보관에서도 늘굿한방대전 상품을 홍보하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이해미·정바름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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