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인근 관평천에 설치됐던 목교가 폭우로 파손돼 철거된 후 1년이 지났지만 대안 없이 방치되고 있다. <사진=이유나 기자> |
현대아울렛이 지역협력이행과제로 약속한 목교(木橋)가 2020년 폭우로 철거된 후 1년이 넘게 방치된 가운데 유성구의 징검다리 개설이 확정되면서 '혈세 낭비' 비난이 일고 있다.
애초 약속했던 콘크리트 육교 설치를 목교로 변경한 데 이어, 지역환원금 완전집행 불이행 등 유통 대기업과 지자체의 간의 불협화음이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본보 2022년 4월 11일 자 5면 게재>
12일 유성구와 지역 유통계에 따르면 현대아울렛이 개점 시점인 2020년 5월 유성구 관평천에 목교를 설치했지만, 같은 해 폭우로 인한 파손으로 지난해 철거됐다.
유성구는 시민들의 이동 불편에 따른 민원이 제기되자 징검다리를 설치하기로 하고, 대전시로부터 받은 특별자치교부금 2억5000만 원 중 10%가량에 해당하는 3000만 원을 투입해 관평천 전체 시설물 정비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성구는 앞서 목교가 파손된 시점인 2020년 7월 현대아울렛에 보수공사를 요청했지만 아울렛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성구는 소송 제기를 위해 자문을 받았지만, 설계상 오류로 인한 파손에 대한 재설치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고 사실상 손을 뗐다.
문제는 현대아울렛이 애초 콘크리트 구조물 육교 설치를 약속했지만, 비용 문제 등을 내세워 목교를 설치한 것도 모자라 파손에 따른 법적 재설치 요구가 없다는 이유로 나몰라라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역환원금 60억 원의 완전집행 불이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렛 측은 지역의 영세상인들을 위해 20억을 집행해 나머지 40억 원만 납부했다는 입장이지만, 20억 원의 사용 내역과 지역협력이행과제에 대해 '영업상의 비밀'로 일관하며 완전집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공룡급 유통업체가 지역시장에 발을 디디면서 지역민과의 상생에 방관적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전에 사는 40대 주부 B 씨는 "현대아울렛이 복용동에 자리 잡으면서 대전은 물론 세종과 청주까지 흡수하면서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들과의 상생에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며, 대전 원도심에 있는 세이백화점 폐점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의 지역 유통계 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 남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용길 충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송에 진다고 해도 유성구는 결과와 상관없이 소송을 진행해야 하며, 자칫 직무 태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시와 자치구가 행정적 허용 범위 내 권한을 발휘해 영업정지나 행정처분 등 대기업의 태도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은 유성구가 대기업을 봐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비가 오면 떠내려 갈 다리를 허가해 준 것도 문제"라며 "사소한 시설물이라도 유성구는 준공하는 데 있어서 꼼꼼히 살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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