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一(하나 일), 切(모두 체/ 끊을 절), 唯(오직 유), 心(마음 심), 造(지을 조)
출 처 : 송고승전(宋高僧傳), 임간록(林間錄), 정경록 등
비 유 :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수행이 필요함. 또는 길흉화복(吉凶禍福), 흥망성쇠(興亡盛衰), 희노애락(喜怒哀樂)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이는 사람이 마음가짐에 따라서 이 세상이 즐거운 세상이 되기도 하고 슬픈 고해(苦海)가 되기도 한다는 지극히 인간의 기본적인 진리를 말해주고 있다.
본 고사성어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으며, 원효대사(元曉大師)에 의한 고사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원효대사가 당(唐)유학의 길에 무덤 속에서 깨달음을 체험하였다는 사실은 중국 측 자료인 찬녕(贊寧/998)의 '송고승전과 연수(904~975)의 '정경록'과 혜홍(惠洪/1071~1128)의'임간록'등에 전하는데 내용은 거의 같다. 특히 송고승전에는 원효전(元曉傳)이 아닌 의상전(義湘傳)에서 당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원효(元曉)스님이 불법 유학 차 당(唐)나라에 가는 중, 본국의 바닷가 가까이 다다랐는데(어떤 자료에는 화성(華城)이라는 설도 있음) 마침 비가 몹시 와서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무덤가 토굴(土窟)에서 쉬어가게 되었다. 어느덧, 밤도 깊어 할 수 없이 그 토굴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자다가 몹시 목이 말라 깜깜한 밤에 손을 더듬어 만져보니 어떤 바가지 같은 것이 잡히기에 그 안에 있는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신이 바가지라고 생각해서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바로 해골이었고 그 안에 물이 고여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해골 속에는 벌레들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원효스님은 바로 이때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한다.
곧 "캄캄한 밤에는 더러운 줄 몰랐다. 아! 더럽고 깨끗한 것은 바로 마음에 달려 있구나!" 그리고는 그 순간 크게 깨닫고 당(唐)나라로 가던 발걸음을 다시 고국으로 돌렸다 한다.
얼마 전인가 어느 한국 사람이 관광차 알프스 산을 올라갔다, 산을 등정하다 몹시 목이 말라 거기에 흐르는 시냇물을 얼른 떠 마셨다, 물을 마시고 위를 보니 게시판에 'POISON'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POISON은 '독(毒)'이라는 뜻이다, 이 한국인 관광객은 갑자기 배 속이 아프기 시작하고 곧 죽는가 싶은 두려움이 엄습하여 부랴부랴 산을 내려가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진찰을 하고 난 의사가 물었다. "당신은 아무 병이 없는데 왜 나를 찾아 왔습니까?" 그래서 이 한국인은 그 산에서 생긴 사건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 의사가 "당신은 게시판을 잘못 봤습니다, 그것은 영어가 아니고 불어인데 'POISSON'은 생선이라는 뜻으로 낚시질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거기에 쓴 것입니다"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랬더니 그 한국인 관광객은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배 속이 시원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죽음의 공포도 즉시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一切唯心造'가 아니겠는가. 이 세상의 신앙(信仰)도 다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처님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 근본이 바로 마음이기 때문이다,
원효대사는 이 깨달음의 내용을 "마음이 일어나면 만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만법이 소멸한다.(心生故種種法生 心滅故種種法滅/심생고종종법생 심멸고종종법멸)"라고 표현했다.
인간이 선악(善惡)과 미추(美醜)를 비롯한 가치판단이나 옳고. 그름을 행동하는 근본은 오직 한 마음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마음 편하게 잘 지내는 사람도 있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마음은 편하지만 열심히 해결해나가는 사람도 있고, 안전부절 못하지만 불편한 마음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또 너무 태평이라서 해결은커녕 문제의식조차 못 가지는 사람도 있고,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혜능대사(慧能大師)에 의하면 마음이 약하면 그 행동도 약하고, 마음이 선하면 그 행동도 선하다. 마음이 깨끗하면 온 세상이 청정하고 마음에 때가 끼면 온 세상이 더럽다. 이 세상 모든 일이 한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혜능이 인종법사(印宗法師)회상에 갔을 때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고 한 승려는 "깃발이 동(動)한다."라고하고, 혜능은 "동(動)하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며 당신들의 마음이 동(動)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손휴(孫休)라는 사람은 자주 자기 스승인 편경자(扁慶子)한테 가서 수신처세(修身處世)에 관한 학문을 연구했다. 어느 날 그는 스승 집에 들어서자 한숨을 지으며 자기 신세타령을 했다. "내 운수는 어찌 이리도 사나울까. 밭에서 농사를 지으면 소출이 없고, 조정에 들어가 벼슬을 하면 현명한 군주를 만날 수 없으며, 추방되어 산간 마을로 내려오니까 촌뜨기 관리들까지 나를 업신여긴단 말입니다. 도대체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악운(惡運)밖에 당하지 않는 걸까요?"
스승인 편경자는 동정어린 목소리로 그를 차근차근 타일렀다.
"성인(聖人)들은 자기 행위를 어떻게 단속한다는 것도 잊은 듯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일체 못 본 체, 못들은 체 한다네. 또한 그들은 이 세상 밖에서 사는 것처럼 마음속엔 티끌 하나 묻지 않는다네. 그런데 자넨 어떤가? 속된 사람들의 일만 생각하며, 자기 욕망을 나타내며 자기 재능을 자랑하는 데는 마치 해와 달을 추켜들고 사람들 속을 지나가는 듯이 환하니 어찌 성인들을 따를 수 있겠는가?
자네는 오관이 모자란 데 없이 완전무결하며 지금까지 병들었거나 재해를 입었거나 귀머거리나 봉사나 절름발이가 된 적이 없지. 그리고 아들딸을 낳아 천륜의 낙을 보고 있지 않는가. 그만하면 됐지, 무엇이 안타까워 하늘만 원망하는고? 공연한 속만 태우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스승에게서 한바탕 훈시를 받고 난 손휴는 머리도 들지 못하고 공손히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 일요일(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면서 석탄일(釋誕日)이다. 세상의 중생들은 부처님께 대자대비(大慈大悲)만을 빌지 말고, 나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내가 행한 일을 반성하며, 세상만사가 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깊이 생각해보고 행동하면 나 또한 부처가 아니겠는가…….
장상현 /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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