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대의 카페 모습.<출처=연합뉴스> |
조명되지 못한 노후 부지를 싼값에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콘텐츠를 내세워 권리금을 생성, 공간에 얽힌 스토리 형성으로 부가가치 창출 후 궁극적인 시세차익을 끌어내는 등 조직적 컨설팅이 관측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삼성4구역과 중앙1구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세권 재개발 호재와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경유 등 상권 활성화를 예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소제동 카페촌을 만든 F&B 기업 '익선다다'는 조성 초기 단계인 2017년 즈음 이들 구역의 개발 계획도를 들고 지역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명분으로 차익을 보고 넘기는 일련의 과정들이 투자자 입장에선 보편적 순리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과 주민 피해는 부정할 수 없는 폐단으로 남게 될 거라는 지적이다.
서울 삼청동 상권과 경리단길, 가로수길처럼 골목상권 개발로 한때 호황을 누렸으나 치솟는 임대료와 권리금, 주민 갈등 혼재 등으로 '쇠퇴의 길'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X리단길의 원조 격인 이태원 '경리단길'은 서울시 골목상권의 대표주자로 2010년부터 조성됐다. 2016년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 발표한 용산구 일대 세계음식점 300곳 중 경리단길 음식점 39곳이 선정되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4년이 지난 2020년 기준 34곳이 폐점, 생존율 13%에 그치는 등 높은 임대료로 인해 공실률이 높아졌다.
한옥 건축물이 즐비한 서울 '삼청동'은 10여 년 전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7~10평 남짓 상가에 카페와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점포 등 유입으로 관광지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주 고객층이던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어지면서 이미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의 이탈로 상권이 쇠락했다.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역시 한때 아시아 10대 상권 중 하나로 주목받으며 주요 관광코스로 부상했지만,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난해에만 한 달 새 공실이 두 배로 뛰었다. 청주의 '김탁구거리'도 과거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활황을 보였지만, 손바뀜을 거듭하면서 임대료와 영업 권리금 폭등으로 공실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외지 자본을 투입해 형성된 상권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어려울뿐더러, 경영이탈로 인한 지역자본 유출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점포경영 마지막 주자와 세입자들의 피해가 예측된다는 점에서 이미 공실 우려 문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박유석 과기대 금융부동산행정학과 교수는 "향후 세입자들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른 지역 자본이 유입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순기능을 유발하는 듯했지만, 결국 회수하는 과정에서 지역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향후 심각한 구역 슬럼화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금융 전문가는 "상권은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다"며 "최고점이 아닌 '어깨' 시점 도달이 감지될 때 처분하는 게 투자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소제동 카페촌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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