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다른 한편으론 떠나는 문재인 정권은 새 정부에 대한 포용과 덕담도 인색하고 업적과 회한을 자화자찬으로 쏟아냈다. 아쉬움과 실정에 대한 일말의 진심 어린 언급조차 인색하다. 청와대가 국민방문지로 볼거리와 쉼터 등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문 정권이 소소한 제반 조치라도 취해줬으면 평가받을 일이었다. 문 정부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지만 출범 이후 슬그머니 가라앉아 버렸다.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도 국정운영 과정에서 공과가 상존하지만, 문 정부는 공만 내세우고 과에 대한 진솔한 자평에 지나치게 몸을 움츠리고 있다. 국민을 둘로 나눠 자신의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있는 탓이다. 갈등과 분열의 양날을 휘두르는 국정운영의 결과가 어떤지 우리 국민은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는 야당도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새 정부는 결코 순탄치 못한 정치환경 하에서 출범하고 있다.
최근 ‘검수완박’의 진행과정을 봐도 합리적인 토론과 여론수렴 노력이 턱없이 취약했다. 자신들을 향한 칼날의 예봉을 꺾었다지만, 검찰 출신의 새 대통령에 대한 무언의 시위이자 저항으로 여겨질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와 조국 교수 건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이끌었던 굵직한 이슈들도 의석수의 힘으로 맞섰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소야대의 형국인지라 윤 정부의 국정운영이 이래저래 지난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 탓에 야당의 울분과 실망감을 감안해도 현 정국을 대하는 대응방법과 수준이 마뜩치않다. 이런 현상에 대한 결과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다. 스포츠도 선거도 일종의 게임이고, 게임이 끝나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게 상식이자 도리다.
문 정부 하에서 지도자의 옹졸함과 답답함 그리고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정치환경이 그만큼 더 척박해진 것이다. 화해와 타협의 전형적인 정치도구마저 상실된 것 같다. 상대를 인정하고 쌍방이 타협과 협조를 하는 상생의 정치문화가 갈수록 피폐해진 것이다. 이래서야 협의민주주의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겠는가. 새 정부가 출발부터 제구실을 못 하게 마냥 흔들면, 그런 결과의 부담과 고통이 국민에게 넘겨질 뿐이다. 그래서 정권교체 직후부터 일정 기간은 ‘허니문’ 기간이 주어지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자 관례로 취급되고 있다. 이 시기만큼이라도 새 정부는 기틀을 다잡고, 국민은 희망과 기대감을 키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목하 유럽에서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세계정치와 경제구도를 엄청나게 변혁시킬 것이다. 특히 안보에 대한 각국의 각축전과 경제분야의 대비태세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유렵의 세력구도 변화조짐은 세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간과할 일이 절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을 통한 절규 장면을 소수 의원들이 지켜보는 낯부끄러운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국내정치의 혼란과 갈등에 함몰되어 세계화의 침몰을 한가하게 지켜만 볼 것인가.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윤 정부를 서둘러 방문하는 배경을 새 정부와 국회는 주시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동태를 세밀하게 재점검하고 대내외적인 사안에 대한 여야의 협의와 타협을 통한 원만한 국정운영을 고대한다. 정치적 보복과 대결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을 때도 됐다고 본다.
윤석열의 등장은 검찰 출신 대통령이란 초유의 사건이자 혁명적인 변화다. 정치사에서도 유례없는 사례다. 윤 대통령은 주변의 인재들을 적극 등용해 실천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책집행 과정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부디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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