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환 이사 |
소속을 적어야 하는 출입명부나 출석부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당당히 '대전'이라고 적는다. 그만큼 대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한 획씩 펜을 꾹꾹 눌러 마음을 쏟는다. 애정은 자부심을 동반했고 대전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이런 나의 마음에 작은 균열을 내는 말이 몇 년 전부터 들려왔다. '노잼도시 대전'
온통 재미가 가득한 도시라고 느낀 나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은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동이 점점 퍼지듯 누군가의 이 한마디는 어느새 큰 물결이 돼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했다. 무심코 건넨 다른 사람의 말에 반박하려면 수많은 자료조사와 증거가 뒷받침되어야만 그제야 받아들여진다.
주변 사람들과 종종 근황을 공유하다 보면 "대전에 그런 곳이 있었어? 혹은 대전에 그런 행사도 했었어?"라고 지인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끄집어냈다. 이 말의 의미는 바로 '네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라'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가까이 있고 알기 쉬운 '나 자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즐겨보는 OTT 서비스를 예로 들면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라 보고 싶어서 클릭하는지 아니면 친구가 봐서 혹은 요즘 유행이라 보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반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내가 나 자신을 규정하는 것보다 규정된 것을 나에게 가져오거나, 남이 나를 규정해주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 그 특징들을 빌려 쓴다. 예로 어렸을 때는 혈액형으로 사람들을 구분 짓고 유추해왔다. 이 물결은 지금 MBTI로 옮겨왔다.
대전에 있는 독자들이라면 주어진 환경은 비슷하겠지만 좋아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혹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과일, 좋아하는 음악, 활동 역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때도 많다. 좋으면 무엇(What)의 어떤(How) 점이 좋은지, 싫으면 왜(Why) 싫은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하면 도시라는 개념에서 떠나 사람들은 재미를 느낄 것이다. 밥 한 그릇을 주는 것보다 밥 짓는 법을 알려주는 편이 더 낫듯이.
대전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깨달으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한다. 결국, 대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이 본인에게 가장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역동적인 액티비티 활동인지, 정적이고 여유로운 것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희미해진 선호도, 취향을 선명해지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애정을 쏟기 위해 자신과 끊임 없는 대화를 오늘도 하러 간다./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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