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성. 사진=중도일보 DB |
산성 대부분이 매몰돼 있다 보니 복원까지는 시간과 예산 소요가 큰 것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원형 복원과는 별개로 역사문화자원 측면에서 산성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성의 도시라는 특색을 대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완성한 산성 가상체험관(실감콘텐츠) 조성 용역마저 행정 엇박자로 페이퍼 용역으로 전락하면서 산성의 도시 10년은 결국 의미도 성과도 허울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전시는 삼국시대 접경지역으로 전국에서 최다 산성이 분포돼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2011년 산성의 도시 브랜드화를 발표했다. 당시 41개로 확인된 산성 지도를 제작하고 단계별 정비와 활용에 힘쓰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계족산성(사적 제355호)' 보수 정비뿐이다.
대전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계족산성 보수정비는 기록에 나와 있는 것에 충실하게 복원을 진행했기 때문에 사업비도 상당했고 진척도 빠르지 않았다. 올해 1단계에 이어 10년에 걸친 2단계 정비가 완료된다. 최근 문화재청에서 계족산성 현장을 다녀갔는데, 복원이 아주 잘 됐다고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산성을 계족산성처럼 완성형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땅에 묻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문산성도 완전한 형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원형 복원을 위한 시도는 계속 진행한다. 올해는 의미가 크다는 흑석동 산성 시굴 신규 사업에 5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단계별로 산성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2011년 조사된 대전 지역 내 산성 현황. 당시는 41개로 조사됐지만 현재는 48개의 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대전발전연구원 '산성의 도시 대전에 관한 기초연구'에서 발췌. |
이 대목에서 1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산성 가상체험관 조성' 용역 결과는 뼈아픈 실책으로 다가온다. 대전시 내부에서 2021년 초 VR을 활용한 가상체험관 조성 필요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지만, 마케팅이나 관광사업과 접목하지 못했다.
대전시는 늦었지만 산성 체험관 조성에 속도를 내보겠다는 의지다. 산성 가상체험관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보문산 대사지구 광장 또는 대전시립박물관 조성 대상지로 적지로 꼽혔다.
대전시 관광마케팅과 관계자는 "대사지구는 광장형으로 케이블카를 복원해 옮길 예정인데, 산성 가상체험관 조성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면서 "보문산 큰나무 전망대 안에도 복합문화시설이 있어서 이곳도 가상체험관을 조성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산성이라는 자원이 있지만 이를 활용하기까지는 문헌적 고증과 학술적 검증이 완료돼야 한다. 가상현실이든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현장 발굴과 관광자원을 위한 다방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전시는 산성 복원 방향을 계족산성과 보문산성처럼 성벽 전체가 아닌 잘 남겨진 곳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1단계로 시비 71억 4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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