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도나 운영권 이전 등 손바뀜이 관측되면서 소제동 철도관사촌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법과 위반으로 얼룩진 리모델링을 감행하고, 경제적 가치 상실을 대비한 빠른 출구전략으로 인한 향후 공실과 슬럼화 등 도시재생 문제로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중도일보는 '소제관사촌 위기를 맞다' 기획시리즈를 통해 F&B 기업의 출구전략 여파와 지역자본 유출과 근대건축물의 훼손, 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도시재생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소제동 카페촌 불법 개조에 근대건축물 훼손 '심각'
중. F&B점포들 예견된 출구전략? 경리단·가로수길 과거수순 밟나
하. 소제관사촌 '근대역사문화공간' 보존에 민관 나서야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대에 들어선 카페촌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제2의 익선동'으로 불리는 소제관사촌 일대 F&B 점포들에서 소유·운영자 교체 정황이 관측되는 가운데 불법적 공간 개조로 근대건축의 역사적 가치 훼손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역 문화계는 주거지역을 상업시설로 바꿔놓은 것 자체가 근대역사를 지닌 소제동의 가치를 알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카페나 음식점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강행한 내부 리모델링 과정에서의 불·위법으로 인한 원형복원 불가능에 대해 근대도시 대전의 역사적 가치를 품은 문화유산 집결지가 경제 논리로 훼손·멸실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대 F&B점포들의 일반건축물대장에 '위법건축물'로 표기된 사례.<한세화 기자> |
9일 소제동 일대 부동산업체와 지역 문화계에 따르면, 대전 철도관사촌 일대 카페와 음식점 일부가 매물로 나오거나 이미 매도(賣渡)가 완료되는 등 손바뀜(소유나 운영주체 변경) 정황이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올해 3건의 거래가 완료됐으며, 애초 10곳 넘는 운영 주체도 현재 4~5 군데로 최근 2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 컨설팅은 물론 점포 매입과 활용, 매도까지 부동산 경영 전반을 기획하는 컨설팅 전문기업이라는 점에서 최근 공유주거·오피스 분야로 눈을 돌리면서 요식업을 서서히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제는 음식점과 카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내부 리모델링 과정에서 근대건축물인 관사 건물을 불법적으로 증·개축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근대건축물 훼손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제동 카페촌 일대의 점포 11곳 중 7개 점포의 '일반건축물대장'을 열람해본 결과 5곳에서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동구청 측은, 내부 리모델링에는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고, 신고나 제보가 입수되지 않는 한 현장실사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건축법상에 저촉될만한 수준의 리모델링을 감행해 근대건축물 본래의 모습은커녕 안전문제 우려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근대건축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역의 근대건축 전문가는 "상업시설 조성에 있어서 주민 동의와 설득의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겠고, 경제적 가치 우선에 앞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영업에 필요한 공간 개조로 훼손된 관사와 옛 근대건축물은 원형복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결국 훼손하고 빠지는 '공간 먹튀'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용도변경은 허가 사항이지만, 내부 리모델링은 별도의 신고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현장 실사의 경우도 신고나 제보가 들어와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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