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어느덧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은 지역의 참된 일꾼을 선출하는 자리다. 지방선거는 정파를 떠나 인물이 지역의 얼굴이 돼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공약으로 나오고 이를 통해 지역민의 삶이 풍요롭게 바뀌어야한다. 후보자들은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문화·관광·경제 전반에 걸쳐 정책을 만들고 공약으로 관철시켜야 한다.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책임성 없는 공약도 없어야 한다. 진정성, 소신, 능력을 두루두루 겸비한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앙정치에 지방선거가 휩쓸려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영향으로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불과 3개월만에 지방선거를 치르기 때문이다. 양대 선거가 3개월 사이에 치뤄지는 게 문제인가 싶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지난 3월 대선 기간에 거대 양당 지도부는 당원들에게 지방선거 관련 활동을 금지시켰다. 몇몇 신인 출마자들은 얼굴 알릴 시간이 부족해 출마 선언을 하려다가 중앙당 눈치를 보고 안절 부절하는 모습을 봤다. 더욱이 지역 위원장이 대선 기간 중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예비후보자에게 지방선거 공천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선 이후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저마다 대선 기간 활동 내역을 활용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앙정치는 대선의 연장선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초박빙 결과가 초래돼 나라 전체가 들끓고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지방선거가 대선주자들의 장이 되고 말았다.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나설 예정으로 '대선2라운드'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검수완박'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국정 청사진 제시, 정부·청와대 인선, 대통령 취임식 등 중앙정치에 함몰돼 지방선거가 쓸려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각 지역을 돌면서 국민의힘 후보자들과 동행을 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거개입이라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과거를 봐도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에 크게 출렁거렸다. 중앙의 큰 이슈에 지방권력의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지방분권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 정치에 예속,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깜깜이 상황으로 치러져 우려하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불확실하다. 지방선거에서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만이라도 정당을 보지 않고 인물을 보고, 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는 없을까. 진정한 지방분권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이상문 경제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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