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노래하는 세상, 용비봉무(龍飛鳳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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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노래하는 세상, 용비봉무(龍飛鳳舞)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5-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출퇴근길에 활력 넘치는 학생무리를 만난다. 동네 안팎에도 아이들이 삼삼오오 떼 지어 돌아다닌다. 신록 같은 싱그러움, 생동감이 넘친다. 이 얼마만인가?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비대면 사회, 바이오 시장 부상, 유통과 산업 스마트화, 위험대응 방식 등 생활환경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운운할 필요도 없다. 첫 걸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마스크 벗는 것이 어색한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처럼 적지 않은 변화도 예상된다. 아픔이 우리를 보다 성숙시키지 않았겠는가? 보다 진화된 일상이 예상된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성숙이 있기를 기대한다.

노래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버스킹을 기획했다. 지난 4월 10일 '꽃마중 버스킹'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에 동구 소재, 식장산 세천공원에서 버스킹을 해오고 있다. 일반적 버스킹보다 조금 더 규모 있는 음악회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필자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숨통이 터져서일까 수많은 문화예술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늘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며 산다.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으뜸은 봉황(鳳凰)이다. 요순(堯舜)시대에 봉황이 출현했다고 여러 고서에 등장한다. 따라서 봉황의 출현은 백성의 함포고복(含哺鼓腹)과 나라의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른다. 조선시대 제왕이 유교적 이상정치의 귀감으로 삼았던 인물이 바로 요순이요, 그를 인증하는 상징이 봉황이어서 성군의 상징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왕실에서 봉황 문양을 많이 사용하였다. 꿈의 실현을 위한 다짐이다. 비단 왕가뿐이 아니다. 점차 일반화되어 민속민예와 문예작품에도 무수히 등장한다. <<춘향가>> 중 <사랑가>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숲을 넘노는 듯"을 비롯하여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자더니' 와 같은 내용이 많다. 베갯잇에 자수로 새기는가하면 일반 생활용품에도 새겨 상서로운 세상을 기원했다.



봉황은 아시는 바같이 상상의 새이다. 신령시하여 용·기린·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이라 하였다. 주조(朱鳥)·단조(丹鳥)·규화조(叫火鳥)·불사조(不死鳥)등과 같은 별칭이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도 실상을 벗어나기 어렵다. 용은 낙타(머리), 사슴(뿔), 박산(공작), 토끼(눈), 소(귀), 메기(수염), 뱀(목덜미), 조개(배), 잉어(비늘), 매(발톱), 호랑이(주먹) 등 실재하는 짐승 특징을 따다 만들었다고 전한 적이 있다. 책의 서술 내용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봉황은 기러기, 기린, 뱀, 물고기, 황새, 원앙새, 용, 호랑이, 제비, 닭 등에서 특별한 모습을 빌려왔다. 봉황은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봉황은 고귀하고 상서로움, 이상세계를 증명하는 상징이지만, 아름다운 부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금슬이 좋아 항상 같이 다니기 때문에 따로 부르지 않는 것이다. 한 몸과 진배없다. 지절(志節)이 굳고 품위를 지킨다. 고상한 탓에 굶더라도 좁쌀은 쪼지 않는다. 사랑가에 나오는 '죽실(竹實)'은 대나무 열매이다.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예천(醴泉, 태평성대에 단물이 솟는다는 샘)의 맑은 물을 마신다. 따라서 뛰어나고 고매한 인물을 이르기도 한다.

용비봉무
그림은 창경궁 명정전 천장의 봉황이다. 서로 바라보며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니다.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허균 저 <<궁궐장식>>에 의하면 "명정전 천장의 봉황은 쌍을 이루어 오색구름 사이를 춤추며 날고 있다.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고 있는 일반적인 봉황 문양과 달리 구도가 자유롭고 동적이다. 특히 상대를 바라보며 춤추는 봉황의 유연한 자태는 환상 그 자체이다. 봉황의 춤은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곧 환희와 생명력의 표현이다.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춘다'는 뜻의 용비봉무(龍飛鳳舞)나 '나는 용, 춤추는 봉황'이라는 비룡무봉(飛龍舞鳳)의 '무'(舞)가 봉황의 그러한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로 묘사하고 있다. 빛나는 황금봉황의 날개 짓이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온 천하에 번졌으면 좋겠다.

기대하는 상서로운 세상은 거저 오지 않는다. 제왕이 만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제왕 아닌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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