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립서비스만 할 뿐 정작 입법화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팔짱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위는 4일 전체회의에 이어 법안소위를 열고 국힘 정진석(공주부여청양), 민주당 강준현(세종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세종집무실법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하면서 소위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정쟁 탓에 국가균형발전과 국정 비효율 해소를 위한 백년대계에 대한 논의가 불발된 셈이다.
여야는 추후 국토소위 일정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이는 데 꽁꽁 얼어붙은 인사청문 정국에서 언제쯤이 될는지는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한국 정치 '고질병'인 말 따로 행동 따로 구태를 고스란히 답습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당(黨)의 행보가 엇박자 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충청권 대표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승리 뒤 세종집무실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인수위도 국회세종의사당이 개원하는 2027년에 관저와 비서동을 갖춘 세종집무실을 완공하겠다며 한껏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럼에도 곧 집권여당이 될 국힘은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에 뒷짐을 쥐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세종집무실법 처리에 강 건너 불구경인 것은 마찬가지다.
강준현 의원이 지난해 말 이 법안을 대표발의 할 때 공동 발의자로 168명 전원이 사인하면서 만장일치 당론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대선 후보도 공약으로 내걸며 충청 민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엔 세종집무실 설치 목소리가 사실상 실종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내에서 세종집무실법 처리 동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이처럼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선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일각에서 혈세 낭비와 안보 공백 비판이 거세다. 또 민생이 시급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똑같은 대통령 집무실 이슈가 추가로 부각 될 경우 지방선거 승패가 달린 중도층 이탈을 우려, 속도 조절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헤게모니를 빼앗긴 이슈에 대해 공을 들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행정수도 완성은 애초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대선정국을 거치면서 역전당했다.
세종집무실법 발의 시기가 국힘 보다 늦었고 민주당이 지금까지 제시하지 못했던 구체적 로드맵도 국힘에서 먼저 선수를 쳤다. 민주당 지방선거 프레임인 윤석열 정부 견제론이 세종집무실 이슈로 전선이 확대됐다는 억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