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묵 건축사 |
필자의 경우 통제되었던 일상 중에 가장 그리웠던 것이 해외여행이다. 직업이 건축사이다 보니 해마다 해왔던 해외 건축 답사를 2년 동안 하지 못해 그 갈망이 커서 올해는 다시 꿈을 꿔본다.
이번엔 중동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을 훌륭한 건축물을 보러 다녔지만 아직 중동지역은 방문해 보지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건축 붐이 일어나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이 초대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이 되고 있는 곳이 두바이와 아부다비 그리고 카타르이다. 그중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연방에 속해 있다.
이들은 모두 페르시아 만에 이어져 접해 있다. 두바이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 진주를 수출했던 곳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관광, 부동산, 금융산업 등이 발전하고 있는 무역의 허브이고, 중동의 중요한 항구이며 페르시아만 지역의 문화의 중심지이다.
주요 건축물로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가 있다. 미국의 설계회사 SOM에서 설계했고, 삼성물산에서 시공했다. 높이가 828M이고 163층이다. 57대의 엘리베이터와 8대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세계 최고층인 만큼 높이에 관련한 각종 세계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높이(606M)의 콘크리트 펌핑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바다를 메워 만든 여러 개의 인공 섬들도 장관을 연출한다. 두바이에 인접한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며 아랍에미리트연방 전체면적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루브르 아부다비라는 놀라운 건축물이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2037년까지 루브르 박물관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루브르 박물관과 계약돼 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은 직경 180M 무게 7천 톤의 거대한 돔이 단지 네 개의 기둥으로 55개의 건물들을 덮고 있는 것이다. 돔은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으로 된 별 모양의 구조물을 8겹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형태다. 햇빛과 비바람이 통과하는 반 외부공간을 만드는 매우 큰 원형 덮개다. 설계자는 사막 오아시스에서 대추야자 잎 사이로 통과하는 햇빛에서 영감을 얻었고, 돔 밑의 55개의 흰색 건물 박스 들은 이 지역의 마을 구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돔의 영역 밑으로 들어가면 빛이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의도한 것이다. 건물이 위치하는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승화시킨 건축가의 눈썰미와 창의력이 무서울 정도로 뛰어나게 느껴진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도 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놀라운 건축물이 있다. 카타르를 여행코스에 넣은 이유도 이 건축물을 보러 가기 위함이다. 바로 카타르 국립 박물관이다.
카타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2006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고, 올해는 FIFA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다. 카타르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부자 나라이다. 대학을 졸업한 국민에게는 집을 무료로 빌려주고 10년 뒤엔 그 집을 가질 수 있다. 수도, 전기요금, 의료비, 교육비등이 무료이고 심지어는 소득세도 면제된다고 한다. 인구는 인천광역시와 비슷한데 그중 13%만 카타르 국적이고 나머지 87%인 250만은 외국인 노동자라고 한다.
장 누벨은 국립박물관을 사막의 모래 장미를 콘셉트로 설계했다. 모래 장미는 주로 중동 지역의 뜨거운 모래 속에서 규석이 장미모양으로 수백년 동안 굳어서 형성된다고 한다.
이 박물관은 316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섬유보강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원형 패널이 마치 장미 이파리처럼 겹쳐있는 형상이다. 무척이나 어려운 공사를 현대건설이 따내 성공리에 시공을 마쳤다. 이 놀라운 건물들을 보게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조한묵 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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