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진행된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아카이브북 1906~2021 도시의 섬 북콘서트 현장 모습. 사진=이해미 기자 |
낮과 밤이 다른 곳, 불법이라 명시됐으나 공권력 안에서 은밀하게 성행하며 116년을 버텨온 곳, 스스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도시의 섬… 유쾌하지 않은 이 해설은 지금 현재도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대전역 성매매집결지를 뜻한다.
사단법인 여성인권티움 주최·주관으로 4일 사회적자본지원센터 1층에서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아카이브북 1906~2021 도시의 섬'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는 '종횡무진 공감여행'이었다고 압축할 수 있다. 집결지를 다룬 과거 신문기사를 정리한 역사부터 집결지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성과 업주 그리고 동네 이웃의 구술기록이 한 권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5500억 도시재생 사업이 무색한 현실, 폐쇄 이후 공간 활용법 등 상상보다 더 잔인한 집결지의 민낯과 마주한 시간이었다.
지역신문과 지자체에서 발행했던 통계 자료, 오래된 지도 속에서 '중동 10번지'에 대한 과거 자료를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가까운 과거인 80~90년대의 기록은 유의미한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전한빛 '도시의 섬' 편집자는 "90년부터 유성이 관광특구로 지정되고 서구 신도시 개발이 되면서 원도심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졌다. 도시가 낙후되면서 성매매가 축소됐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쇠락한 원도심으로 시민들의 방문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성매매 장소로 확고해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권순지 구술기록작가는 "구술기록은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술자 모두가 자신이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경험을 말하는 것을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사유하는 것을 봤다. 이 책이 성매매집결지를 규정하는 경험적 자료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시의 섬' 전체를 관통하는 오브제는 '플라스틱 의자' 큰 테마는 '섬'이다. 플라스틱 의자는 호객 성매매를 알선하는 청객들이 앉는 의자로 성매매집결지의 시작을 의미한다. 또 폐쇄성 짙은 집결지가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 섬처럼 살아가는지를 사유하게 한다.
북콘서트 이후 성매매집결지 현장을 돌아보는 라운딩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중앙동 성매매집결지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손정아 소장은 "집결지는 절대로 저절로 없어지지 않기에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 대전경찰청은 지난해 성매매집결지 내 업소 4곳을 조사해 16억원을 몰수 추징했다. 업소 영업을 포기한 후 공실로 남기지 말고 다양한 방식의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하고 대전시가 매입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단 성매매집결지는 여성인권을 침해했던 역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남겨야 한다는 과업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집결지 인근에서 이미 민간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 공간과 교육의 장을 위한 아이디어와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미·임효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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