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스님(대전불교총연합회 사무총장 겸 옥천 봉은사 주지) |
부처님오신날을 10여 일 앞둔 4월 30일 옥천 봉은사에서 만난 현진스님은 기복(祈福)과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불교가 기형적으로 변화한다며 강한 눈빛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불교총연합회 사무총장이자 옥천 봉은사 주지인 현진스님과의 이날 인터뷰는 부처가 인류에게 남긴 삶의 지혜를 찾는 진정한 방법에 관한 얘기로 시종일관 이어졌다.
현진스님은 "괴로움이라는 주제로 설법한 선각자는 부처가 유일하다. 수행의 주체가 타인이 아닌 자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괴로움 소멸을 화두로 둬야 하는데,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질돼가는 지금의 종교는 진정한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깨달음만을 내세우는 것은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주장"이라며 "깨달음 추구를 위해 사대육신(四大六身)을 부정하는 행위는 반야심경의 오온(五蘊)은 물론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설파한 부처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감정(感情)은 인류가 선택한 생존전략 중 가장 우수한 도구다. 하지만 문명과 문화가 진화하면서 과거의 거친 감정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한다며 스님은 말을 이었다.
스님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환경 변화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의 출몰이라는 변수를 맞으면서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과거의 직진형 진화가 아닌, 소유한 것들을 버리고 비워냄으로써 의식의 진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사용해 온 거친 감정은 핵폐기물과 같으며, 인류의 발목을 잡는 쓰레기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형화된 감정이 만들어지기 이전 상태의 '고운감정'으로 회귀해야만 정신적·심리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종교계에서 흔히 쓰는 '시비분별하지 마라', '내 이웃을 사랑하라', '욕심부리지 마라' 같은 가르침이 몸으로 실천되기까지는 뇌의 기능적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현진스님의 이론이다.
스님은 "말(言)에는 도(道)가 없으며, 그 말을 듣고 실천할 때만이 도가 성립된다"며 "인류에게 가장 큰 인문학적 화두에 대한 답일 것이며, 답을 얻기 위해 앞서 말한 거친 감정을 와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끝에 현진스님은 부처의 핵심 가르침인 고집멸도(苦集滅道)를 강조했다. 스님은 "오로지 괴로움만 없애면 깨달음은 저절로 따라오는 부가이익"이라며 "급변하는 자연과의 유기적인 호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운 감정으로 장착한 우리 몸 자체가 백신이 되고, 종교의 주체로 내 삶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불교총연합회는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6일 오후 6시부터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점등행사를, 21일에는 대전시민 연등문화축제 봉축법요식과 함께 '제등행렬과 마음챙김 걷기명상'을 오후 6시부터 엑스포 남문광장 무빙쉘터에서 진행한다.
대전시민공원에 설치된 점등행사 홍보물.<대전불교총연합회 제공> |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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