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이니 잠재적이던 문제들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배 출신인 주인공과 그가 거느렸던 무리가 모여드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강 인사치레만 하고 흩어질 일을 그들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폭발합니다. 뒤얽힌 과거사에 대한 앙금, 혹시나 했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에 대한 실망, 현금이 유독 많이 모이는 현장을 빌미로 한 돈 욕심 등이 거침없이 표출됩니다. 경건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장례식장이 난장판이 됩니다.
짧은 시간 많은 이들이 모여 뒤얽히며 벌이는 소동은 일쑤 코미디로 흐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호성, 동생인 종성, 호성의 딸 은옥, 아들 동혁, 어머니, 동네 친구인 양희, 기타 많은 이들의 시선에 의해 다른 이들의 행위가 목도됩니다. 이 영화의 관심사가 단지 사건의 전달과 묘사에 있지 않음을 알게 합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시선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은 욕망 표현의 주체이면서 아울러 의미 해석을 수행하는 관찰자가 됩니다.
그리고 시간. 그들이 벌이는 난장판은 그저 우발적인 일회적 사건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였던 감정과 관계, 갈등의 표출입니다. 장례 절차 역시 시간에 따라 진행됩니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영화는 1년이 지난 뒤 호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삭의 딸을 위해 한약재 등등의 농산물을 보내기도 하고, 배우인 아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기도 합니다. 그새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으로 시간은 많은 일을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던 봄 막 출소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던 장례식과 쓸쓸한 겨울 마루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의 호성은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아직 살아있지만 머잖아 찾아올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는 듯합니다. 호성 역을 맡은 손현주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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