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여아화장품 매장에 부모와 어린아이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
최근 여아 화장품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인 여성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으며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이를 뜻하는 신조어 '어덜키즈' (어덜트, 어른·adult 와 키즈 아이·kids)의 합성어도 생겨났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대중매체의 광고와 아이돌 산업의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이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외모지상주의와 성별고정관념을 학습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바르는 완구용 화장품의 안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대전 신세계 백화점에 있는 유아동용 화장품 매장에 방문해 보니 거울을 보고 립스틱을 고르는 어린이들이 다수 보였다. 핑크빛으로 가득 채운 매장에는 '립틴트밤', '썬쿠션' 등 상품마다 여자아이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들이 어린아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대전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A씨는 딸에게 키즈용 화장품을 선물했다. A씨는 "요즘 여자아이들의 꿈은 아이돌일 정도로 예전보다 외모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아이와 같이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선물해 준 것에 대해서는 "성분 좋은 화장품을 바르게 하는 것이 마음에 안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어린이가 부모 흉내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중 하나이지만 아이가 어른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을 과도하게 부추기거나 상업화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젊은 여성들에게서 '탈코르셋' 붐이 이는 것과 대조된다. 탈코르셋이란 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 온 것들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짙은 화장이나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전에 사는 공연화씨는 숏컷을 하고 헐렁한 바지 정장을 입는 등 탈코르셋을 실천하고 있다. 공 씨는 어린이 화장품이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외적 기준인 '코르셋'을 학습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꾸밈은 남성 어린이에게 요구되지 않는다"며 "여아용 화장품은 여성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을 주입하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자신을 가두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여성들도 남성에 비해 많은 꾸밈을 요구받는데, 어린이들까지 몸에 안 좋은 화학제품으로 피부를 덮게 해야 하냐"며 한탄했다.
어린이용 화장품을 천연 화장품이라고 광고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안전성과 유해성이 파악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법상 어린이 화장품은 사각지대에 있어 완구용 어린이 화장품이 실질적으로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어린 유아기 때부터 당연하게 화장품에 노출되면 (여자는 화장 해야 하고 예뻐져야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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