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주하면서 대전 중구 일대 주변 상권이 몰락했던 때가 있었다. 이른바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중구 전체가 타격을 입었고 현재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원도심 살리기'는 여전히 대전시의 현안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또다시 중구에서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너무 빠르게 변하고 팽창하는 온라인 시장의 위세가 중구를 암흑으로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1997년 개점해 굳건하게 대전 유통업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은 중구는 물론 어쩌면 대전 전체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지울 수 없다.
중도일보는 네 번의 기획시리즈 '중구의 위기, 원도심 블랙홀'을 통해 백화점세이 매각 여파와 자본주의 도시계획의 폐해, 지방선거 앞 지역균형발전 공약까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향토브랜드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 일파만파
②중구 백화점 0곳, 대표적 힐링상권 사라진다
③이미 완성된 주거타운에 또 집을 짓는다고?
④원도심 공동화 막을 지선 공약은 없나요
백화점 세이 매각이 확실시되면서 도시의 기능이 주거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주거-교통-문화-경제까지 고른 균형발전의 대표적 입지라는 명성도 잃고 지속 가능한 발전 축에서도 힘을 쓸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백화점 세이 반경 1㎞ 안에는 대략 25개의 공동주택 단지가 있다. 빌라와 개인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세대수를 대략 따져보면 1만4023세대가 사는 규모다. 2526세대의 삼성아파트, 2290세대의 센트럴파크 1단지~3단지를 비롯해 1135세대의 용두미르마을, 1760세대의 유천현대 1차~2차도 인접해 있다. 아파트 준공 시기로 볼 때 1978년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고른 연식인데, 1000세대 이상의 대형 단지가 밀집해 있어 세이 주변은 이미 완성형의 주거단지인 셈이다.
그러나 오류동 제일가구프라자와 용두동 대림가구타워에도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기에 매각 예정인 세이 부지마저도 주상복합이 유력하다. 이미 포화 상태인데 또 주거가 들어오는 형국이다. 결국 획일적 개발을 지켜본 대전시와 중구청이 안일한 태도 일관한 결과물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전시와 중구청 등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 최종 인허가는 결국 행정의 몫이기 때문에 설계단계부터 현재 도시의 기능을 연속할 수 있는 기획력을 더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화점 세이 주변 주거단지 모습. 사진=네이버 지도 항공뷰 |
익명을 요구한 건설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신규 대형점포를 규제만 해왔다면 이제는 도시기능 전반을 고려해 필수시설로 존치해 관리하는 계획도 필요하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유통점포로 묶어둔다면 세이 사례처럼 획일적인 개발은 시도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신흥 주거단지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새로운 주거단지로 대폭 인구가 늘어나면 경제상권이 우려처럼 전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구지역 관계자는 "중구 내 재개발이 50곳에서 진행 또는 예정이다. 사람이 있어야 상권도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꼭 부정적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거 기능이 들어간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다기능을 갖춘 복합 개발이 제안됐다. 기존 세이 일대가 담당했던 복합적 기능을 유지해야만 슬럼, 도미노 폐업 등 근래에 예고된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상복합이 아니라면 세이 부지에 어떤 대안 시설을 넣을 것이냐 고민했을 때 답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도시 전체의 기능을 고려할 때 주거+상업+문화까지 어우러져야 한다. 주민들에게는 문화적 공간 상실에 대한 갈증을 다시 채워주고 주변의 침체 된 상권 기능을 포함한 기획력 있는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구청 고위관계자는 "신규 주거가 들어온다 해도 대전시 전체에서 보면 신규 유입이 아닌 이동에 불과하다. 세이 매각 사태를 두고 긍·부정적 측면에서 원도심 활성화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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