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0강 출이반이(出爾反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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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0강 출이반이(出爾反爾)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5-03 10: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20강: 出爾反爾(출이반이) : 너에게서 나간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

글 자 : 出(날 출/ 나아갈 출), 爾(너 이), 反(되돌릴 반/返과 같은 의미로 쓰임),

출 처 :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하편(下篇)

비 유 : 행(幸). 불행(不幸)이나 좋은 일. 나쁜 일 결국은 모두 자기에게 돌아간다.





흔히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하곤 한다.

참 단순한 말인 것 같으면서도 뼈가 있는 말이다. 높은 직(職)에 오르거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분수(分數)를 벗어나지 않고 소신껏 일해야 함을 명심하라는 말이다.

자칫 경거망동(輕擧妄動)하거나 과욕(過慾)과 과신(過信)으로 스스로를 망치는 경우를 경계(警戒)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본래 증자(曾子)의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네게서 나간 것은 네게로 돌아온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계지계지, 출호이자, 반호이자야)"에서 나왔는데, 맹자(孟子)가 정치적 자문을 맡아 어질지 못한 왕(제선왕/齊宣王)을 어진 정치 지도자로 인도하고자 자기의 경험을 예를 들어 설파한 내용이다.

추(芻)나라와 노(魯)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싸움의 결과는 노나라의 승리였다. 싸움에 진 추나라 임금인 목공(穆公)이 맹자에게 물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 편 지휘관이 33명이나 죽었는데도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만 있었지 누구 하나 지휘관을 위해서 죽은 자가 없었습니다. 이 괘씸한 자들을 죽이자니 모두 다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앞으로도 지휘관의 죽음을 보고서도 구원하지 않을 것이 뻔하니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하기를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한 해에 임금의 백성들 중에서 노약자는(굶어죽은 시체가)도랑에 굴러 떨어져 있고, 젊은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 수가 천 명에 가깝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임금의 창고에는 곡식과 보물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도 지휘관들은 이것을 꺼내어 백성을 구하자고 간청하지도 아니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윗사람이 교만하고 게을러서 아랫사람을 잔인하게 다룬 것입니다."

맹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증자가 말씀하시길 "조심하고 조심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出乎爾者 反乎爾者也)"고 했습니다.

백성들은 지난 날 지휘관들한테 당한 것을 이렇게 보답한 것이니 어찌 백성들을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임금께서는 그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임금께서 어진정치(仁政)를 행하시면 앞으로 백성들은 윗사람들과도 친하게 되어 그들을 위해서 죽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이치가 뿌린 대로 거둔다.

맹자는 부국강병(富國强兵)과 영토확장(領土擴張)에만 몰두하고 있는 욕심 많은 왕에게 백성들을 위해 무한한 어진정치(仁政)를 베풀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욕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제선왕(齊宣王)은 결국 연(燕)나라를 침공하여 무수한 젊은이들을 죽이고, 많은 남녀를 포로로 잡아 노예로 삼고, 그 나라 종묘(宗廟)를 허물고, 연나라의 귀중한 보물들을 빼앗아 자기 나라로 옮기는 악행을 저질렀다가 결국 복수를 당해 곤욕을 치르게 된다. 결국 자기가 한 일에 자기가 보복을 당하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해 구제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작금의 대한민국의 여. 야의 대치정국은 그야말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신문(新聞)의 사설(社說)대로라면 도대체 무슨 죄를 얼마나 크게 저질렀기에 점잖은(?) 국회의원 양반들이 꼼수니, 양아치니, 철면피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검수완박'의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그 난리들인가,

국회의원들은 이른바 자칭 지성인이라고 으시대는 양반들인데 아이들조차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호된 질책을 온 국민에게 받으면서 그 법안을 시급하게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또 분열되고 서로 불신(不信)하며, 원수(怨讐)의 지경까지 가고 있는 상황을 아는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국민의 삶이 다 망가졌는데 또 몇 동강으로 찢어지고 갈라져 회복 불가능 상태까지 가게 하려는가?

양보의 미덕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서로 고집만 피우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다가 정말로 국민의 원(願)에 의해 국회가 해산되고, 부정부패, 정치, 경제, 선거, 민생의 죄인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며, 국론은 갈갈이 찢어져서 외침(外侵)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감당하고 누가 책임 질 것인가

구한말(舊韓末/1897. 10. 12 ~ 1910. 8. 29)에 버금가는 현 상황을 시급히 해결하고 국민통합으로 굳게 뭉쳐 새로운 도약의 길로 힘차게 뻗어 나아가길 국가 지도층에게 간절히 간청해 본다.

채근담(菜根譚)의 교훈을 다시 스스로 다짐해보자.

"낮은 자리에 있어본 후에야 높은 자리에 오르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알며, 어두운데 있어본 후에야 밝은 곳을 향함이 너무 드러나는 것임을 알며, 고요함을 지켜본 후에야 활동함을 좋아함이 부질없음을 알며, 침묵을 수양해본 뒤라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줄 알게 된다.(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 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 養默而後知多言之爲躁/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라고 하였다. 오늘날 정치 현실에 귀감이 되는 말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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