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 위기, 원도심 블랙홀] 백화점-지역상권-자영업까지 도미노 타격 불가피… 슬럼화 장기화 예고

  • 정치/행정
  • 대전

[중구의 위기, 원도심 블랙홀] 백화점-지역상권-자영업까지 도미노 타격 불가피… 슬럼화 장기화 예고

②중구 백화점 0곳, 대표적 힐링상권 사라진다
원도심 공동화 진행형, 세이 파장까지 더해지나
문제 공실+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장기 슬럼화
주민들 "슬세권 문화시설 부재 상실감 커" 토로

  • 승인 2022-05-02 17:00
  • 신문게재 2022-05-03 3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주하면서 대전 중구 일대 주변 상권이 몰락했던 때가 있었다. 이른바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중구 전체가 타격을 입었고 현재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원도심 살리기'는 여전히 대전시의 현안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또다시 중구에서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너무 빠르게 변하고 팽창하는 온라인 시장의 위세가 중구를 암흑으로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1997년 개점해 굳건하게 대전 유통업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은 중구는 물론 어쩌면 대전 전체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지울 수 없다.

중도일보는 네 번의 기획시리즈 '중구의 위기, 원도심 블랙홀'을 통해 백화점세이 매각 여파와 자본주의 도시계획의 폐해, 지방선거 앞 지역균형발전 공약까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향토브랜드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 일파만파
②중구 백화점 0곳, 대표적 힐링상권 사라진다
③이미 완성된 주거타운에 또 집을 짓는다고?
④원도심 공동화 막을 지선 공약은 없나요



백화점 세이가 흔들리자 중구는 물론이고 대전시 전체가 뒤숭숭하다. 교육과 주거, 문화에 이어 경제까지도 동-서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더욱 극심한 불균형 시대로 후퇴할 우려가 확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긴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인데, 세이 매각 이후 나타날 제2의 원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더해지면 지역 경제기반을 뒤흔들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대전공원부터 세이-홈플러스 그리고 오류동, 용두동으로 이어지는 유통 벨트는 대표적인 힐링 상권이다. 평일과 주말, 밤낮 세대가 뒤바뀌며 모였다 흩어지는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세이가 매각돼 백화점 영업을 중단하면 중구는 대표적인 경제와 힐링 상권의 견고한 틀마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썰물 효과로 인한 슬럼(slum)화를 최대 문제로 꼽고 있다. 세이 매각 후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상생 또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유통상권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해 폐점 사태와 공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akaoTalk_20220502_150604826_01
백화점 세이 외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박계목 대전과기대 금융부동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코로나에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 세이까지 문을 닫으면 소비는 중구에서 서구, 유성구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당장 수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테고 여기에 홈플러스, 코스트코마저 이탈한다면 중구의 핵심상권은 말 그대로 블랙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 인근 상권은 벌써부터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세이 앞 오류동 먹자골목은 어느 곳보다 최대 피해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상인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높았다.

문화동에서 카페 영업을 하는 한 운영자는 "백화점에서 유입되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공사가 시작되면 주변도 시끄러워질 것 같고, 매출도 이전처럼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떠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류동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역시 "중구뿐 아니라 도마동, 정림동, 가수원 등 서구민들도 세이에서 만나 영화를 보고 먹자골목으로 와서 저녁을 먹는 패턴이 많았다. 백화점이 없어지면 오류동 상권이 무너지는 건 확실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KakaoTalk_20220502_150604826_03
점포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세이 내부.사진=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20502_150604826_06
영업 종료를 알리는 공지문. 사진=정바름 기자
백화점 세이는 최소 1~2년은 영업을 유지하며 순차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2일 방문한 백화점 세이는 층별마다 철수된 점포가 곳곳에서 확인돼 영업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활발한 고객 유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 회장은 "오류동 상권은 서비스, 외식업 분야가 많다. 상주인구가 유동인구까지 해서 1일 약 8000명 정도 되기 때문에 상권 매출 하락의 직격탄이 예고된다"며 "철거 후 상권이 살아나려면 빨라도 7~8년은 소요될 텐데 그사이 오류동 쪽 공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문화시설 부재에 대한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김지삼 센트럴파크 3단지 아파트 회장은 "백화점이 빠지면 이용할 수 있는 상권도 줄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해 주민 반응도 좋지 않다"며 "백화점 내 영화관 이용하면서 문화생활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슬세권(슬리퍼+상권의 합성어로 슬리퍼를 신고도 접근할 수 있는 상권)의 강점마저 잃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세이 인근 상권의 도소매 소상공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는데 또 세이 매각이 도미노처럼 파장을 준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미·정바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