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또다시 중구에서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너무 빠르게 변하고 팽창하는 온라인 시장의 위세가 중구를 암흑으로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1997년 개점해 굳건하게 대전 유통업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은 중구는 물론 어쩌면 대전 전체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지울 수 없다.
중도일보는 네 번의 기획시리즈 '중구의 위기, 원도심 블랙홀'을 통해 백화점세이 매각 여파와 자본주의 도시계획의 폐해, 지방선거 앞 지역균형발전 공약까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향토브랜드 '백화점세이' 매각 확정 일파만파
②중구 백화점 0곳, 대표적 힐링상권 사라진다
③이미 완성된 주거타운에 또 집을 짓는다고?
④원도심 공동화 막을 지선 공약은 없나요
백화점 세이가 흔들리자 중구는 물론이고 대전시 전체가 뒤숭숭하다. 교육과 주거, 문화에 이어 경제까지도 동-서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더욱 극심한 불균형 시대로 후퇴할 우려가 확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긴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인데, 세이 매각 이후 나타날 제2의 원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더해지면 지역 경제기반을 뒤흔들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대전공원부터 세이-홈플러스 그리고 오류동, 용두동으로 이어지는 유통 벨트는 대표적인 힐링 상권이다. 평일과 주말, 밤낮 세대가 뒤바뀌며 모였다 흩어지는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세이가 매각돼 백화점 영업을 중단하면 중구는 대표적인 경제와 힐링 상권의 견고한 틀마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썰물 효과로 인한 슬럼(slum)화를 최대 문제로 꼽고 있다. 세이 매각 후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상생 또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유통상권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해 폐점 사태와 공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세이 외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세이 인근 상권은 벌써부터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세이 앞 오류동 먹자골목은 어느 곳보다 최대 피해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상인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높았다.
문화동에서 카페 영업을 하는 한 운영자는 "백화점에서 유입되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공사가 시작되면 주변도 시끄러워질 것 같고, 매출도 이전처럼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떠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류동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역시 "중구뿐 아니라 도마동, 정림동, 가수원 등 서구민들도 세이에서 만나 영화를 보고 먹자골목으로 와서 저녁을 먹는 패턴이 많았다. 백화점이 없어지면 오류동 상권이 무너지는 건 확실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점포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세이 내부.사진=정바름 기자 |
영업 종료를 알리는 공지문. 사진=정바름 기자 |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 회장은 "오류동 상권은 서비스, 외식업 분야가 많다. 상주인구가 유동인구까지 해서 1일 약 8000명 정도 되기 때문에 상권 매출 하락의 직격탄이 예고된다"며 "철거 후 상권이 살아나려면 빨라도 7~8년은 소요될 텐데 그사이 오류동 쪽 공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문화시설 부재에 대한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김지삼 센트럴파크 3단지 아파트 회장은 "백화점이 빠지면 이용할 수 있는 상권도 줄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해 주민 반응도 좋지 않다"며 "백화점 내 영화관 이용하면서 문화생활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슬세권(슬리퍼+상권의 합성어로 슬리퍼를 신고도 접근할 수 있는 상권)의 강점마저 잃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세이 인근 상권의 도소매 소상공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는데 또 세이 매각이 도미노처럼 파장을 준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미·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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