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경찰학과 이봉한교수 |
원래 drone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다'는 것도 흥미롭다. 하여간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호버링(hovering), 저속비행, 자유로운 각도 조절 모두가 그저 멋질 따름이다. 이착륙할 때 넓은 공간이 필요 없고 감시대상에 근접시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회전익 드론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드론 조종은 연을 날리던 추억도 돌려주는 즐겁고 유익한 체험이었다. 역시 인생의 크기는 자기를 체험하는 능력에 달린 것 같다. 가격까지 궁금해진다. 구매하면 많이 활용할 수 있을까? 만일 저 기기가 내 안면정보까지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2020년 38.6억 달러에서 매년 15.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8년까지 121.4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안면인식 기술이 드론과 융합할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 주머니가 커지기 시작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이 드론과 융합하면 그 목적이 물리적 보안이든 치안활동목적이든 효율적인 영상감시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는 긴말이 필요 없다.
안면인식 기술은 안면탐지뿐 아니라 안면매칭으로 구성된다. 안면탐지는 전통적인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또는 딥러닝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영상 및 이미지 데이터에서 인식할 대상의 얼굴을 탐지하는 것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한 방법이며 '인공신경망'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안면매칭은 안면의 특징점을 찾아 데이터베이스의 얼굴과 비교 및 식별하여 다대일 관계식별과 일대일 대조를 통하여 인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드론이 영상촬영뿐만 아니라 얼굴식별까지 하여 상황실에 신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안면인식기술은 AI를 통해 보여주는 화려함과 효율성 측면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점이 있다. 드론의 배터리 용량, 안전성과 같은 기술적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안면인식기술의 편향성 및 불완전성 문제, 민감정보 보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가 학습한 수많은 데이터는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인종별, 성별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근거 없는 편향성과 차별성 때문에 불완전하게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 더구나 정보 주체의 고유정보에 해당하는 생체인식정보는 민감정보로서 ID나 이름과 달리 변경 자체가 어렵고 이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헬스장을 출입할 때 기기가 내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자세를 취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필자가 드론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우선은 4차 산업혁명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으로도 많은 사람의 까막눈이 트일 수 있다는 점. 더 큰 깨달음은 혁신적인 융합으로 탄생한 기기의 편익 뒤에 그림자처럼 도사리는 위험성까지 기기가 경고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AI 드론에게 의견을 물어본다면 어떨까?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만든 사람을 탓해라." "기기는 선악이 없다." "쓰는 사람에 달렸다." 뭐 이런 의견이 아닐까? 그것도 무미건조한 음색의 차가운 기계음으로 간단하게 대답할 것 같다. 주위의 인공지능 제품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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