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자동차, 너에게 묻는다 '자전거 함부로 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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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자동차, 너에게 묻는다 '자전거 함부로 대하지 마라'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2-04-27 10:19
  • 수정 2022-04-27 12:05
  • 신문게재 2022-04-28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이재영 박사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는 이기적인 현대인에게 연탄재보다 나은지를 묻는다. 자전거의 처지가 꼭 그렇다는 생각에 연탄재를 소환해 본다.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도로에 나오는 순간부터 자동차에 이리저리 치이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에서 힘겹게 페달을 굴리는 자전거에 뜻 모를 경적을 울리는 것 정도는 양반이다. 일부러 바짝 붙여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도 한다. 걸리적거리는 물건 정도로 여기는 태도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막연한 우월의식으로 도로의 주인행세를 한다.

사실 이 우월한 지위의 뿌리는 교통시스템에 있다. 교통운영이 자전거를 차별하고 있고 자동차는 거기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자전거는 교통수단이지만 교통수단이 아닌 듯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전거 횡단도가 없는 교차로에서 자전거는 횡단보도 앞에서 내린 다음 자전거를 끌고 횡단해야 한다. 좌회전하려 해도 횡단보도를 2번 건너서 소위 훅턴(Hook Turn)을 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마로 분류되는데, 정작 차도에 자전거도로는 없다.



교통신호도 차별적으로 운영된다. 보통 자전거가 이용하는 보행 신호시간은 차량의 그것보다 짧다. 차량은 녹색신호를 받아 직진 중일 때 보행신호는 끊긴다.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인 자전거는 횡단할 수 있지만, 이전 교차로에서 달려왔다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교차로에서 다시 한 주기(cycle)를 기다려야 한다. 교차로마다 이런 식이다. 차마(車馬)의 속성을 가진 자전거로선 정말 김빠지는 일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차별해도 좋을 만큼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1817년 자전거가 발명된 이래 말을 대체하여 교통혁명을 이룩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자동차가 야기한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하고 무해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월의식으로 무장된 너-자동차-에게 묻는다.

너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있느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의하면 2030년까지 수송부문 이산화탄소를 2018년 대비 37.8%를 줄여야 한다.

이미 자전거는 600만 톤(2019년 기준)의 탄소를 감소시키고 있다. 참고로 대략 20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면 약 167만 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자전거분담률이 유럽 수준인 10%로 증가한다면 1500만 톤을 감축할 수 있다. 수송부문 목표감축량의 48%에 해당한다. 탄소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너에게 부담금이 전가될 것인데 자전거가 고맙지 아니한가?

너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느냐?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면, 미세먼지(P.M10) 4톤을 감축할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는 이미 926톤을 저감시키고 있다. 전기차 대비 230배 수준의 효율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인 셈이다. 고맙지 아니한가?

너에게 또 묻는다. 주차문제를 개선할 수 있느냐? 자전거는 한 대당 55㎡, 자동차는 2020㎡가 필요하다. 최대 36배 차이가 난다. 주차장 1면 건설에 1억 원이 소요되는데, 비용을 절감시켜주니 고맙지 아니한가?

묻고 싶은 것은 이뿐이 아니다. 자전거로 인해 너(자동차)는 의료비용, 교통혼잡비용, 보험료를 네가 발생시키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부담하고 있다. 오히려, 그 비용을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떠안기고 있을 뿐이다. 만약, 자전거가 없었다면 이 모든 비용이 많아지고 보험료율은 올랐을 것이다. 자전거로 인한 편익은 너-자동차-에게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너는 좀 비위가 거슬렸을 수도 있다. 배려를 부탁하는 차원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또한 이 봄에 바람도 쐴 겸 자전거 타보기를 권한다. 공감과 동시에 곧바로 존중받는(연탄재보다 나은)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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