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 부국장 |
과거로 올라가면 2002년 6월 13일 제3대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그해 12월 대선이었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와 대선이 함께 치러진 해였다. 그만큼 지방선거는 연초부터 불어닥친 대선 정국에 휩쓸렸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대세론이 거세게 불면서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새천년민주당은 호남과 제주에서만 광역단체장이 당선됐다. 당시 충청 맹주를 자처하던 자유민주연합조차 충남지사 1곳만 지켜내는 데 그쳤고, 그나마 대전 5개 구청장과 충남 7곳의 시장과 군수를 배출하며 명맥을 유지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31일 제4대 지방선거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이 치러졌다.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당하고 충청 역시 국민중심당 창당으로 분열되는 혼란한 정국 속에 한나라당이 12개 시·도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열린우리당은 전북지사, 민주당은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당선에 그쳤고 국민중심당은 전통적 기반인 충남도지사까지 내줬다. 대전시장 선거에서는 지지율에서 밀리던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이른바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라는 대형 호재로 당선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2010년 6월 2일 제5대 지방선거에선 변수가 많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천안함 사태로 몰아친 북풍이 대표적이다. 충청권에선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최대 이슈였다. 민주당은 호남과 인천, 충남, 충북, 강원 등 7곳에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 등 6곳, 충청정당을 표방하던 자유선진당은 대전시장을 차지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3일 앞둔 5월 20일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맞불을 놓았지만, 세종시 수정안 여파까지는 막지 못해 충청에서 완패했다.
2014년 6월 4일 제6대 지방선거는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가 최대 이슈였다.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8곳을 잡으며 나름 악재를 이겨냈다. 물론 부산시장과 인천시장, 경기지사 선거가 초박빙이었고 대구시장 선거까지 민주당이 40% 넘게 득표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었다. 9곳을 이긴 새정치연합은 기대했던 수도권과 부산에서 석패하면서 의미가 퇴색됐지만 대전과 세종시장, 충남·북도지사를 석권하는 성과를 올렸다.
2018년 6월 13일 제7대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받는 등 국정농단 사태가 휩쓸었다. 광역시·도 17곳 중에서 민주당이 14곳을 차지했고 자유한국당은 2곳(대구와 경북)만 얻어 보수정당 사상 최악의 참패를 맛봤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을 비롯해 세종시장, 충남지사와 15곳 중 11곳의 시장과 군수, 충북지사와 11곳 중 7곳의 시장과 군수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선 변수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여당에 유리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일방적인 변수도 있었지만, 여야 모두에 유불리를 줬던 변수도 적지 않았다. 변수의 파괴력은 달랐지만,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6·1 지방선거에선 유독 뚜렷한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권을 놓고 벌어지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 취임식 외에는 딱히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변수라는 놈은 느닷없이 기어 나오기 나오기 마련이다. 청와대와 여의도 정치나 갑자기 터지는 대형 이슈에 휩쓸리지 않는 ‘특이한’ 지방선거로 기록될지, 아니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변수에 좌우되는 무늬만 지방선거라는 기록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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