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뜻 : 魚(물고기 어) 目(눈 목) 混(섞을 혼) 珠(구슬 주)
출 전 : 한시외전(漢詩外傳)
의미 / 비유 : 백골(흰뼈)은 상아와 비슷하고, 물고기 눈알은 구슬과 흡사하다.
가짜와 진짜가(천함 귀함, 우수함과 열등이)뒤섞여 있음을 비유함
대한민국이 요즈음 같이 시끄러운 때가 몇 번 있었을까? 매스컴을 통해본 대한민국의 실상은 온통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 밭의 개싸움)의 연속이다. 그것도 나라를 책임지고 잘 운영하라고 국민들이 대표라고 뽑아 권한을 위임한 국회의원들의 자기 권력유지를 위한 목숨을 건 진검승부(眞劍勝負)를 매일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연출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국민들은 누가 옳은지 구분하기 어렵다.
법(法)은 이미 이리 찢기고, 저리 흐트러져서 국민보호를 위한 법이 함부로 재단(裁斷)되고 변질(變質)되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져 있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는 결국 드러나게 되고 가짜는 반드시 멸망(滅亡)하게 된다.
한(漢)나라시대 어느 작은 고을에 마음씨 착한 만의(滿意)라는 상인이 있었다.
하루는 만의가 커다란 진주를 사게 되었는데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품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값비싼 보물이었다. 만의는 붉은색 비단주머니에 진주를 곱게 싸서 장롱 깊숙이 감추어두었다. 그 진주를 가보(家寶)로 삼아 자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한편 만의(滿意)의 이웃집에 수량(壽量)이라하는 게으른 가난뱅이가 살고 있었다.
수량은 자신의 가난한 처지가 남에게 들킬까 불안에 떠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었다. 돈만 생겼다 하면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써 버렸으며, 늘 부자(富者)인양 행세하고 다녔다. 그런가 하면 때때로 이웃에 사는 만의의 부(富)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루는 쌀독이 바닥이 나서 며칠을 굶어 지냈던 수량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그만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어느 한 행인이 그를 불쌍히 여겨 은자 몇 냥을 손에 쥐어주고 떠났다. 수량은 허기부터 달래 고자 마을의 만두가게에 들렸다.
이때 마침 옆자리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만의네 집에 글쎄 찾아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더라. 차(茶)도 내주며 후하게 대접한다던데 우리도 한번 가보지 않겠나?" 그의 말에 수량은 귀가 솔깃해졌다.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고픔도 잊은 채 곧장 마을의 옷 가게로 달려갔다.
수량은 만의네 집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는데 번듯한 옷 한 벌은 있어야지 그는 주머니에 든 은자를 전부 털어 옷가게에서 가장 비싼 옷을 샀다. 이처럼 수량은 겉만 따지는 사람이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시장바닥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던 수량(壽量)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고기 눈알을 하나 발견했다. 그 물고기 눈알은 햇빛을 받아 진주처럼 반짝였다. 수량은 지난번 만의네 집에서 보았던 진주를 떠 올렸다. "나에게도 이제는 진주가 생겼구나!"수량은 누가 보기라고 할까봐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 때부터 수량은 그 물고기 눈알을 진짜 진주를 다루듯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 병들어 곧 죽게 되었다. 의원은 진주를 갈아 약에 넣어 먹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만의가 그 병자를 가엽게 여겨 자신이 아껴온 진주를 내어주겠다고 말했다.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고 수량도 이를 전해 듣게 되었다. 이 기회에 영웅으로 칭송받고 싶었던 수량도 애지중지하던 물고기 눈알을 가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자리에서 만의와 수량은 나란히 앉았다. 만의가 먼저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하얀 진주가 눈부신 광채를 뿜으며 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에 뒤질세라 수량도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나 광채는커녕 거무스름한 빛만 보일 뿐 누가보아도 썩은 물고기 눈알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수량은 줄곧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은 진짜와 가짜는 가려졌고, 진짜는 약으로 쓰여져 생명을 살렸고, 가짜는 망신살이로 주인을 망신시켰다.
이처럼 '물고기 눈알과 진주가 서로 섞이다' 라는 뜻의 어목혼주(魚目混珠)는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가짜와 진짜는 과학이나 문화가 발달될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쩌다 보면 가짜가 진짜보다 더 좋아 보일 때가 더러 있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는 세간에 이러한 것을 두고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이는 似(닮을 사), 而(말 이을 이), 非(아닐 비)이다. 곧 닮았지만 아니다.(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
이를 보통사람들은 식별(識別)하기가 매우 어렵다. 워낙 정교하고 빈틈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인간의 마지막 가치인 양심(良心)마저 스스로 도적질 하는 비겁(卑怯)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바꾸어 놓을 듯한 기세이지만 실상은 인간을 멸망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과학자도 있다. 이유는 양심이 없는 한갓 물건인 AI가 파괴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인간으로서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똑똑하다는 권력자들이 정치권에서 양심을 버린 행동인 '국민을 위한'이라는 달콤한 사이비로 대중을 현혹하여 자기들의 권재(權財/권력과 재물)를 절취(截取)하는 등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양심에 난도(亂刀)질 하는 어목(魚目)을 진주(珍珠)로 둔갑시켜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장유(張維)라는 선비가 그의 계곡집(谿谷集)에서 "이미 겉모습만 보고서 속마음을 믿기 때문에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어도 뉘우쳐 바꾸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視其外而信其中 故 有奸人亂國而不可悔者也/시기외이신기중 고 유간인난국이불가회자야)"라고 지적한 것을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선량한 국민을 괴롭히는 지도자들의 그릇된 양심(良心)이 정의로움으로 변하여 진짜가 바로서는 세상을 소망해본다면 지나친 허망(虛妄)일까?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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