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대전역 지킴이 미남 가수 남수봉과 고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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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대전역 지킴이 미남 가수 남수봉과 고대령

김용복/ 극작가, 예술 평론가

  • 승인 2022-04-25 13: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그 사람을 떠나 보내고 돌아서는 대전역에서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도 삼키며 왔다

나 없이 못 산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 나 싫다고 돌아선 사람



아 가로등마저 쓸쓸한 플랫폼에서

사랑의 이별을 안고 돌아서는 나는 나는 바보야'

-남수봉 가수의 대전역-

'기약 없이 떠나간 그 님이건만

행여나 오실까 나가봅니다

낯선 사람 물결치는 넓은 광장에

그리운 그 얼굴만 왜 안 보이나

그리운 그 얼굴만 왜 안 보이나

기차는 슬피 울고 떠나 가는데

안 오시나 못 오시나 그리운 그 님

오늘도 기다리는 하루가 지면

쓸쓸히 돌아서는 대전역 광장

쓸쓸히 돌아서는 대전역 광장

쓸쓸히 돌아서는 대전역 광장'

-고대령 가수의 대전역 광장-

대전역은 이들 때문에 애수가 깃든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돌아서는 대전역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도 삼키며 왔다" 고 했다.

떠난 보낸 그 사람이 누군지 필자는 모른다. 그러나 보내고 돌아설 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 사랑하는 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가수 남수봉은 그를 놓지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수 남수봉이여!

이제 와 나 싫다고 돌아선 사람이니 후회하지 말라. 그리고 임을 사랑하겠거든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도록 하라. 그러면 어느 여인이든 그 임이 싫다고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에잇 못난 사내 남수봉. 싫다고 떠난 여인을 왜 못잊어 하는가? 어서 잊고 눈을 돌려 다른 여인을 찾기 바란다.

그리고 역시 못난 사나이 고대령.

"기약 없이 떠나간 그 님이건만 행여나 오실까 나가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낯선 사람 물결치는 넓은 광장에 그리운 그 얼굴만 왜 안 보이나?"라고 하며 원망의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감성적 하소연으로 보아 애간장이 녹아내렸을 것이다. 마이크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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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가수 고대령과 남수봉
이들 두 가수가 지키고 있는 대전역 광장,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59년 2월 제33열차로 탄생한 스팀 기관차가 경부선과 호남선을 달릴 때였다. 밤 8시 45분쯤 서울에서 출발하는 호남선 완행열차는 대전에 도착해서 떠날 때는 '대전발 0시 50분'열차였다. 그 당시는 우리민족이 좌우파로 갈라지지 않아 호남선을 달리는 열차만 봐도 손을 흔들었다.

더구나 완행열차였기에 역마다 정차를 했다. 대전역에 도착하면 물과 석탄을 공급 받느라 한참을 쉬었다. 이때 손님들은 열차에서 내려 허기진 배를 가락국수로 때웠다. 이른바 대전역의 대표 먹거리 '우동'였던 것이다. .

바로 이 시간에 부산행 완행열차도 들어온다. 이제까지 부산행, 목포행 완행열차가 모두 한 노선을 타고 오다가 대전에서부터 갈라진다는 사실이 마치 자정에 벌어지는 이별극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흘러 경부선과 호남선이 대전역에서 만나지 않는다. 호남으로 가는 열차는 대전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대전역으로 달려가 손님을 내려주고 벌곡 벌판을 지나 호남평야를 달린다.

그리고 그때는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이별이 없었다. 북괴 김일성의 남침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줄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전역은 KTX가 달리고 산천호도 달린다.

아마 이 바보같은 사내들이 놓친 여인은 KTX나 산천호를 타고 떠났을 것이다. 뒤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어디 있었겠는가?

아무래도 좋다. 매주 일요일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대전역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해 이름있는 가수들이 돌아가며 버스킹을 한다. 오늘 공연에는 미모의 여가수 전혜자와 '퉁소바위의 연가'를 불러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수 심언녀도 함께했다.

바쁜 시간 틈을 내어 이곳에 가 휴식을 취하며 즐기길 바란다. 가수 고대령과 남수봉이 언제나 기다리며 흥을 돋구고 있을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 예술 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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