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성 평등의 가치는 우리 사회가 만들고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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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성 평등의 가치는 우리 사회가 만들고 실현해야 한다

유혜인 /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학생

  • 승인 2022-04-25 11:21
  • 수정 2022-04-25 11:22
  • 신문게재 2022-04-25 23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유혜인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모든 걸 둘로 나누었다. 여당 아니면 야당, 지역 대 지역,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 아니면 남성.

'갈라치기'는 본래 바둑용어다. 넓게 펼쳐진 상대편의 돌이 두 귀에 있는 경우 변(邊)의 중앙 부분에 돌을 놓아 세력을 둘로 나눠 상대 움직임을 제한하는 공격 전술이다. 정치에서의 갈라치기의 성공 여부는 기존의 갈등 구도를 대체할 효과적 갈등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다른 분야 이슈를 중심으로 갈등 구도를 재편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치적 갈등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면, 복지 대 시장(경제)의 구도로 정치적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여성 대 남성'이다.

시작은 더 이전일 수 있으나 본격적으로 눈에 띄게 된 것은 '이대남 담론'이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자칭 페미니스트 발언으로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 요인 분석문건을 꼽았다. 이후 여성 정책으로 인한 역차별로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생존을 위한 여성의 목소리에 "남성도…"라는 말이 붙기 시작한 것은.

묻지 마 폭행이나 살인에 주 타깃이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이다.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이런 사건·사고에 분노하며 남성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자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지 마라", "남자들은 꽃뱀 조심해야 한다" 혹은 "남성도 그런 사건에 피해자다"라는 식의 뒷말이 늘어지곤 하며 갈등이 심해졌다. 물론 이는 표현의 부재(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같은)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초 커뮤니티(여성 유저의 비율이 높은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남성 혐오 단어가 되기도 했다. 실제 혐오 단어가 있기도 하겠지만, 전혀 관련 없는 단어마저 혐오 단어로 칭해졌다. 유행에 뒤지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쓰인 단어는 언론사·대기업·인플루언서 등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갔다. 해당 단어를 쓰면 남녀 할 것 없이 특정 성별의 혐오론자로 취급받는 것이다.

정치에서는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을 '2번남'이라고 칭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높다는 특성을 살려, '성 평등에 반대하는 사람'을 '2번남'이라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가 '성 평등'에 반대하겠는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는 결국 부모를 비롯한 주변인 모두를 혐오하는 게 아닌가. 이런 젠더 갈등은 어느샌가 청년 문제 하면 늘 따라붙던 일자리 이슈마저 밀어냈다.

약자는 배려하고 차별은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평등에 관해 이야기하면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왔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렇게 갈라치기가 만연하니 그럴 만도 하다. 결국, 우리는 이런 갈라치기 정치의 피해자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우리는 계속 '성별 갈라치기' 정치를 경험했다. 이런 정치는 청년세대의 삶에서 필요한 영역을 가릴 뿐이다. 고용과 노동의 이중시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사회 격차, 장애인 복지 문제 등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껏 혐오·갈등을 이용해 관심을 모아 선거에 동원했다면 선거가 끝난 지금은 수습해야 할 때다. 이번 정권은 누락되는 목소리를 듣고 청년의 다중 정체성을 이해하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유혜인 /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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