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대전 괴정동 청동기유적 모습. (오른쪽)블로그 '대전 괴정동 청동기 유적발굴 40년' 게시물 캡쳐. |
세종시립박물관이 지난달 30일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되자마자 보인 이번 인수 성과를 놓고 같은 위임기관임에도 지역 출토유물 환수를 끌어내지 못하는 대전시의 행정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지역문화계는 괴정동 유물이 청동기시대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평가되는 만큼, 시민들에게 지역의 고대역사를 알리고 가치 제고를 위한 콘텐츠 발굴 등 환수를 위한 대전시립박물관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대전시립박물관과 지역문화계 등에 따르면 괴정동 유적은 1976년 7월 밭을 경작하던 농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굴된 돌널무덤은 바닥에 깔린 보통의 경우와 달리 윗부분을 뒤덮는 뚜껑 돌 없이 무너진 돌덩이들로 채워져 있는 형태였다.
돌널 북쪽부분에서 덧띠토기, 검은간토기, 청동의기 등 17점이 세트로 일괄 출토됐으며, 이 가운데 '동검'과 거울인 '조문경' 등 한국식 동검형식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대전 시민들은 대전선사박물관의 복제품 유물이나 사이버 기록물로만 감상할 수 있다.
대전시립박물관 측은, 괴정동 유물의 발굴 시기가 국가귀속 개념조차 희박할 당시에 이뤄진 데다, 유적도 남아 있지 않아 환수를 요구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물관은 오는 10월 UCLG 기간에 맞춰 중앙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한 괴정동 유물을 '대전명품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계는 중부지역의 고대역사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이자 대전시 제1호 문화재 발굴 유적이라는 점에서 지역 문화의 고유·상징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 등 명확한 비전을 수립해 이제라도 환수에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귀속문화재 유물의 거취 논의가 결국 설득의 문제인 만큼, 지방분권 기조에 맞게 지역 출토 유물에 대한 지역 우선권 제시도 필요하다. 권위적이고 비협조적인 중앙박물관과의 소통에 타당성 갖춘 명분을 확보하는 과정이 숙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의 고고학 분야 전문가는 "지역의 출토유물을 환수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지역의 고대역사 고취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예산이나 시설 면에서 국립보다 상대적 열세에 있는 시립미술관의 환수 당위성 수립과 함께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가 수립되지 않는 한 환수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앙승률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실장은 "발굴보고서 작성 당시였다면 즉시 환수가 가능했겠지만, 괴정동 유물의 경우 시기가 너무 오래돼 발굴 간략보고서조차 남아 있지 않다"며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장기 대여 방안을 고민했지만, 중앙박물관 전시공간 한쪽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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