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변호사 |
현 여권은 이미 2020년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을 주도하여 새로운 제도들을 시행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새 제도들이 정착되지 않았고 오히려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은 현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급박하고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검찰의 권력이 막강하니, 둘 중의 하나를 다른 기관에 떼어 주면 공평하고 상호 권력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소권은 본질적으로 수사권을 전제로 한 개념이므로 이 둘을 기계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는 이유는 문제된 사안이 결국 죄를 물어야 할 만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즉 단순히 호기심에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범법행위가 있다면 국가가 정한 형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출발점에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이다. 수사는 단순한 조사가 아니라 인신을 구속하는 체포와 구속, 물건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압수, 그 압수할 물건이나 체포할 범인을 발견하기 위한 수색, 금융정보조회 권한 등 막강한 권한이다. 이러한 체포·구속 및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영장 발부가 필요한데,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르면 영장의 발부에 대하여 '검사의 신청'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 개정안과 같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경우에 검찰은 경찰의 수사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경찰의 요청에 따라 무조건 영장을 청구하든지 아니면 기계적으로 영장청구를 거부하든지. 전자는 경찰의 독주를 막을 수 없고, 후자는 수사의 필요성을 외면하게 될 우려가 있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면 사건이 완전히 파악돼야 한다. 그리고 사건을 파악하던 중에 미진하다고 판단되거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검사 스스로 보완을 하든지 아니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에게 보완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미진한 부분이 보완 여부에 따라 기소 또는 불기소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돼 미진한 부분을 스스로 수사하지 못하고 경찰에게도 보완을 요구할 수 없다면 검찰은 무엇을 근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 시기를 놓친다면 증거가 인멸되고 진범은 도망가는 일들이 빈번하게 생기게 된다. 또한,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하더라도 피해자가 이의를 할 방법이 없고 검찰이 이를 보완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어 특히 사안이 복잡하고 증거가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범죄들은 상당수 불기소로 마무리되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은 요원해지고 억울함을 밝힐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한 나머지 반대로 경찰을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다.
이러한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논의없이 너무나 급박하게 결정하려는 것에 대하여 검찰은 물론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변호사단체, 학계, 심지어 법원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금요일 여야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마치 대립이 극적 타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중재안의 실상은 현행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공직자범죄(직권남용 등)·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검수완박 논의가 검찰의 칼끝이 자신들을 겨누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권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하며 실소와 탄식이 터져 나온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신동철 대한변호사협회 이사·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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