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한다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한다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 승인 2022-04-24 09:0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윤석열 당선인이 1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을 때, '아! 2030 세대 일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구나'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3월 9일 0.73%포인트 24만7077표 차이로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대선 승리의 다양한 요인 중에 일곱 글자 여성혐오 팻말 전략이 뒷심을 발휘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공식화하면서 후폭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국의 여성시민단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 입장을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이런 정국을 만든 것은 후속 대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인수위 책임이다. 인수위는 새로운 부처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성가족부의 기존 기능을 분리해서 다른 부처로 흡수하거나 통합하려는 방향을 잡은 것 같은데, 결국 여성가족부 이름에서 여성을 삭제하고 저출산 문제를 담은 미래가족부나 인구가족부 명칭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여성가족부가 전체 국가 예산의 0.24%, 약 1조4000억 정도에 불과한 미니 부처라 해도 그동안 해오던 업무를 쉽게 봐선 안 된다. 여성가족부가 마치 여성만을 위한 부처이고 고유 업무도 없이 있으나 마나 한 부처라고 왜곡 비방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의 구조를 보면 그 거짓말은 금방 드러난다.

여성가족부 예산 1조4650억원을 보면, 가족정책예산 61.9%(아이돌보미 지원사업, 한부모자녀양육비 지원 등), 청소년정책예산 18.5%(학교 밖 청소년, 청소년 상담 등), 권익증진 예산 9.2%(폭력예방, 피해자 지원 활동 등), 약 7.2%(여성경제활동 촉진 지원 등)가 여성정책예산이다. 아무리 팩트 체크를 해서 들이대도 소용없다. 보고 싶은 대로, 믿는 대로 보고 싶은 자에게는.



그런데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 공약이고, 국민과의 약속이라서 그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는 빈약하다. 이미 광화문 약속을 접고 국방부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 여성문제가 구조적 성차별 문제가 아니고,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당선인의 말은 객관적 통계 지표와도 배치된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에서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대전여성가족의 삶' 자료 몇 가지만 봐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대전시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성이 54%(전국 52.8%), 남성이 73.1%(전국 72.6%)다. 대전 여성은 남성임금의 66.2%(전국 63.7%)를 받고 있고, 20대 여성은 남성임금 대비 85.2%, 60세 이상은 52.9%로 임금 격차가 더 커진다. OECD 국가 평균 성별 임금 격차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는 32.5%로 OECD 국가 평균 12.5%보다 매우 높고, 37개국 중 1위다. 대전시 성폭력 피해자 통계를 봐도 여성 794명, 남성 63명으로 여성피해자가 남성피해자보다 12.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연 이러한 통계는 개인의 능력이나 공정한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일까? 여성이 무능해서 임금을 적게 받고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는 걸까?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을 지우고 인구정책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01년 여성부 출범 이후 20년 이상 유지된 국가 행정부처를 갑자기 폐지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듯 여성가족부가 여성들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며 모든 정책은 성별 관계없이 참여하고 수혜를 입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존립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정책 수행 과정에 성인지 관점과 분석을 위한 통합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 필요성 때문이다.

아직도 여성가족부 폐지가 답인가? 클린턴 정부에서 대법관이 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성차별이 만연한 1950년대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녔을 당시 2%에 불과한 여성 중 한 명이었으나, 교직원들은 긴즈버그에게 '남자들이 앉을 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을 했다고 한다. 성차별을 용인하는 법과 소수자를 향한 편견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토대를 이룩한 미국의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말을 빌려, 여성가족부 폐지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이다."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