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첨단컴퓨팅(Advanced Computing)이 19개 CET 항목 중에 첫 번째로 열거된 것이다. 이번에 첨단컴퓨팅 6개 세부 기술 항목으로 슈퍼컴퓨팅, 엣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스토리지, 컴퓨팅 아키텍쳐,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술로 제시되었는데 슈퍼컴퓨팅이 첫 번째 세부 기술로 명시된 것도 흥미롭다.
미국은 과학기술정책에 있어 첨단컴퓨팅을 참으로 중요시 여긴다. 우선, 첨단컴퓨팅 관련 정부 전담 조직이 있다.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가 국가 첨단컴퓨팅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에너지부 과학국(Office of Science) 조직도를 보면 에너지 관련 6개 분야 기초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첨단 과학 컴퓨팅 연구(ASCR, Advanced Scientific Computing Research)가 첫 번째로 명시돼 있다.
에너지부 과학국이 국립연구소와 컴퓨터 업체를 중심으로 미국의 첨단컴퓨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면, 대학 중심의 첨단컴퓨팅 생태계는 국립연구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이끌고 있다. NSF 첨단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단(OAC, Office of Advanced Cyberinfrastructure)이 학계를 대상으로 첨단 사이버인프라 컴퓨팅 정책 기획 및 연구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 첨단컴퓨팅 관련 예산을 보자, 2021년 에너지부 과학국 총 예산이 약 70여억 달러다. 그 중 ASCR 예산은 약 10여억 달러(약 1.2조 원) 이다. 에너지부 과학국 차원에서만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지속적인 국가 첨단컴퓨팅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일본과의 치열한 엑사스케일 컴퓨팅 경쟁에서 이제 미국이 확실한 선두로 나섰다. 에너지부 과학국에서 2016년부터 7년간 엑사스케일 응응, 통합 소프트웨어 스택, 첨단 하드웨어 개발 등 엑사스케일 컴퓨팅 프로젝트(Exascale Computing Project)에 18억 달러, 현재 구축 중인 3개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에 18억 달러, 총 36억 달러(한화 약 4조 원)를 투입한 덕분이다.
AI·디지털경제 시대에 있어 컴퓨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첨단컴퓨팅은 반도체, 컴퓨터 제조, 응용·시스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등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첨단 기술 생태계이다. 첨단컴퓨팅이 국가경쟁력과 안보의 척도라는 인식하에 미국에서의 첨단컴퓨팅은 전담 부서 및 예산 등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일부로 제도화된 듯하다. NSF의 첨단 사이버인프라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은 첨단컴퓨팅 관련 기초인력을 양성한다. DoE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 업체의 최첨단 컴퓨팅 기술 연구개발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국립연구소 연구 지원을 통해 첨단컴퓨팅 연구·운영·서비스 관련 중·고급 인력양성 역할을 한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데이터 센터들의 첨단컴퓨팅 연구개발 인력으로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작년 5월 말 부총리 주재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국가초고성능컴퓨팅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현재 '분야별 초고성능컴퓨팅 센터 지정'을 진행하고 있는 등 우리도 '첨단컴퓨팅'기술을 국가 상시 과학기술정책으로 제도화할 발판은 일단 마련된 셈이다. 미 DoE 과학국과 NSF OAC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첨단컴퓨팅 정책 노하우를 배우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첨단컴퓨팅 정책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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