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환상과 현실의 관계 '신비한 동물과 덤블도어의 비밀'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환상과 현실의 관계 '신비한 동물과 덤블도어의 비밀'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4-21 14:49
  • 신문게재 2022-04-22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신비한동물과덤블도어의비밀
첫 장면. 영국 런던의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고 탑니다. 평범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문으로 마법사들이 드나들면서 환상의 세계를 펼칩니다. 또 지극히 평범한 여행용 가방을 열면 신비한 환상 속 동물이 나오고, 동물이 사는 세계로 연결됩니다. 특별한 장치나 전후 과정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환상과 현실은 줄곧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마법사들에게 말입니다.

환상 세계와 현실의 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이야기의 모티프입니다. 환상은 현실의 불완전함을 폭로하고, 욕망을 완성하는 곳이거나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 속에 고통당하는 인물의 원 소속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서구의 신화적 세계관의 전통을 계승합니다. 인간 세계의 불가해한 모순의 근원지로 환상을 끌어옵니다.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국가 간 갈등과 나치 독일의 유태인 혐오와 학살로 이해될 만한 상황을 환상 세계의 마법사들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곳에도 정치가 있고, 권력 투쟁이 있습니다.

서구 신화 속 세계가 항용 그러하듯 영화는 선악의 대립과 갈등 속에 마침내 선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선의 가치를 구현하는 영웅 캐릭터와 그에 맞서는 반영웅의 갈등이 중심 서사입니다.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가 복잡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많은 평자들이 지적하듯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에서 큰 매력과 역할을 보여준 동물들이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신화의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 역시 환상 세계에서 권력의 최종 승인자로 나오지만 그가 왜 그런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잘 설명하지 않습니다.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 제이콥이 오래도록 사랑한 연인 퀴니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저녁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을 집 밖 길가의 벤치에 앉은 덤블도어가 바라봅니다. 이어 눈이 내리는 텅 빈 거리로 걸어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은 서부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1956) 마지막 장면 악당들을 다 소탕하고 잡혀갔던 사람들을 되찾아 온 주인공 이든(존 웨인 분)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말을 타고 멀리 사라지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재난과 갈등 속에 위태로웠던 가족이 다시 평온을 찾으며 봉합되는 미국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발견됩니다. 환상은 다시 현실로 이어집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