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세계와 현실의 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이야기의 모티프입니다. 환상은 현실의 불완전함을 폭로하고, 욕망을 완성하는 곳이거나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 속에 고통당하는 인물의 원 소속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서구의 신화적 세계관의 전통을 계승합니다. 인간 세계의 불가해한 모순의 근원지로 환상을 끌어옵니다.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국가 간 갈등과 나치 독일의 유태인 혐오와 학살로 이해될 만한 상황을 환상 세계의 마법사들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곳에도 정치가 있고, 권력 투쟁이 있습니다.
서구 신화 속 세계가 항용 그러하듯 영화는 선악의 대립과 갈등 속에 마침내 선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선의 가치를 구현하는 영웅 캐릭터와 그에 맞서는 반영웅의 갈등이 중심 서사입니다.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가 복잡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많은 평자들이 지적하듯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에서 큰 매력과 역할을 보여준 동물들이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신화의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 역시 환상 세계에서 권력의 최종 승인자로 나오지만 그가 왜 그런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잘 설명하지 않습니다.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 제이콥이 오래도록 사랑한 연인 퀴니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저녁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을 집 밖 길가의 벤치에 앉은 덤블도어가 바라봅니다. 이어 눈이 내리는 텅 빈 거리로 걸어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은 서부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1956) 마지막 장면 악당들을 다 소탕하고 잡혀갔던 사람들을 되찾아 온 주인공 이든(존 웨인 분)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말을 타고 멀리 사라지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재난과 갈등 속에 위태로웠던 가족이 다시 평온을 찾으며 봉합되는 미국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발견됩니다. 환상은 다시 현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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