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에서 캔 민들레 |
나에게도 여러 가지 추억의 음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민들레 무침이다. 봄철에 산에 들에 초록색 단장이 시작되면서 쑥, 냉이, 민들레 등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요즘은 봄나물이 사람들에게 건강식으로 귀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공해 민들레가 지천에 가득했었다. 공부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바구니를 들고 나가면 순식간에 한바구니를 캘 수 있었고 엄마는 내가 캐온 민들레로 민들레 무침을 해 주시곤 하셨다. 그때는 그 쓴맛 때문에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몇 십년이 지난 지금은 무척 생각이 난다.
얼마 전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틈을 비집고 굳세게 자라난 민들레를 봤다. 주변에 수북하게 뭉쳐 있는 민들레들을 캐서 엄마가 알려주셨던 레시피대로 무쳐보았다. 어릴적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먹어봤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때의 그 맛을 느낄수 없었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한국과 중국의 토양이 달라서일까?
'집밥'하면 자연스럽게 엄마의 음식이 생각이 난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음식을 다 잘할 리가 없는데 우리는 평생을 '엄마의 손맛'과 '엄마가 어릴 적 해준 음식'을 그리워한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도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그 시절 엄마가 사랑과 정성을 음식에 듬뿍 담아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살찌운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딸아이도 나중에 나처럼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음식을 할 때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김려화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