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찰과 검찰의 영장신청권 그리고 헌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경찰과 검찰의 영장신청권 그리고 헌법

김용규 대전지검 인권보호관

  • 승인 2022-04-25 05:49
  • 신문게재 2022-04-2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지검 검사
김용규 대전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
검사생활을 막 시작하던 신임시절, 부장검사로부터 사법경찰이 신청해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과 검사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은 서로 같은 성질의 것이냐 아니면 구분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사법시험 준비와 사법연수원 시절에도 헌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한치도 주저없이 두 개는 같은 영장이라고 대답했다가 부장으로부터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과 검사가 청구한 영장도 서로 구분하지 못하면서 무슨 검사를 하려고 하느냐면서 당장 그만 두라고 하기도 하고, 앞으로 너를 어떻게 믿고 내가 결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이미 검사에게 넘겨온 이상 수사주재자로서 검사가 청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모두 검사의 영장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당시 실무상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잘못되어 있으면 검사가 그 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 하다고 밝혔다. 만약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검사에게도 별도의 공용서류로써 대외적인 효력을 갖는 것이라면 그러한 공문서에 검사가 임의로 수정한다면 그것은 공용서류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용납될 수 없어 새로이 영장청구서를 만들어야만 할 것이라는 반론을 댔다. 자기 의견이 맞다는 것에 직을 걸었던 부장검사가 슬며시 찾아와 내 말이 맞다고 하면서 직은 그대로 유지하면 안되겠냐고 해서 웃고 넘어갔던 일이 생각난다.

경찰은 영장 '신청권'이 있고, 검사는 영장 '청구권'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관련 규정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제201조(구속), 제215조(압수·수색·검증) 등에서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국가기관인 수사기관이 '신청권', '청구권', '수사권'과 같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무슨 국민의 기본권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무가 있을 뿐이다. 형사소송법과 같은 하위 법령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헌법 취지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



현행 헌법이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태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당시 입법자들이 '신청'과 '청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헌법을 개정하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이미 당시 적용되는 형사소송법에서 '신청'과 '청구'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그 의미를 간과하였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문언 그대로 우리 헌법은 검사만이 모든 영장을 '신청'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신청하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 달라는 보조적인 행위임을 말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경찰은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별도의 항목으로 규정하는 체계를 취하지 않고, 경찰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라고 규정한 취지를 깊이 음미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검사는 경찰이 가져오는 영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명시적으로 기각이라는 별도의 행위를 할 필요가 없이 다시 보완하라는 의미에서 반려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판사는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반려할 수는 없이 발부하든지 기각하든지 명확히 하여야 하는 것과 엄격하게 구분된다.

검사의 수사라는 것은 준사법기관으로서 법에 의한 지배, 적법절차의 준수 등을 철저히 감독함으로써 모든 수사기관이 수사를 행하는 데에 있어 그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근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검사의 수사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우리 헌법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샘물이 혼탁하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검사가 져야 한다. 그런데 샘물을 통째로 덮어버리는 우를 범한다면 그 샘물에 의존해 살던 국민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김용규 대전지검 인권보호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여야 한목소리로 ‘내란죄’ 강조… “하야·탄핵, 엄중한 책임 묻겠다”
  3. [속보]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해제 공식 발표
  4.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5.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