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矯(바로잡을 교), 角(뿔 각), 殺(죽일 살), 牛(소 우)
출 전 : 곽박(郭璞) 진의 현중기(晉의 玄中記)
비 유 : 잘못된 점을 잡으려다 그 방법이나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침
요즈음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든 용어는 단연 '검수완박(檢搜完剝)'이다.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는 검찰의 무력화를 조장하는 민주당의 주장과 국민을 범죄에서 지켜야한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마치 전쟁터에서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결국 피를 흘리는 전투는 아니지만 국민들은 다시 분열되고 불안한 것만은 사실이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와 같아서 말이다.
일국의 검찰총장이 자기편을 위해서인지 국민을 위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상황을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비유하여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는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人道主義者)이며 부처요, 성자(聖者)다"라고 한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는 모든 것을 인간에게 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소고기는 최상의 식용이고, 우유는 건강을 챙겨준다. 힘든 일을 도맡아 농사일을 도와주고, 재산으로서도 큰 구실을 해 집안 자녀들의 대학공부를 책임졌다. 그래서 가족을 뜻하는 식구(食口)와 함께 사는 생구(生口)라 하며 다른 동물에 비해 귀히 여겼다.
하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소를 사육하는 가장 큰 목적이 하늘에 제사(祭祀)를 지낼 때 제물로 쓰이게 되는 희생(犧牲)을 위한 것이었다. 희생의 글자 모두 소우(牛)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별할 특(特)자는 재물로 바치는 황소를 가리켰는데 하늘에 제사지낼 소는 특별히 뿔도 가지런히 멋져야했다.
때문에 제사(祭祀)의 제물(祭物)을 위해 송아지 적부터 잘생긴 놈을 골라 특별히 잘 먹이고 일도 시키지 않고 신주처럼 모셔 키운다. 그러나 다른 모습은 어릴 적부터 잘 생긴 것을 식별할 수 있지만 뿔은 소가 자라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소가 뿔이 못생겼으면 소 주인은 소의 뿔을 인위적으로 교정을 하여 뿔의 모양새를 내는 것이다.
한 농부가 제사에 쓸 소를 몰고 와 보니 뿔이 약간 삐뚤어져 있었다. 그것을 바로 펴려고 단단한 끈으로 양 뿔을 동여맸더니 나중에는 뿔이 빠져 소가 죽었다. 조그마한 결점을 고치려다 그 방법이 지나쳐 오히려 큰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가진 영리함은 욕심이라는 허울에 뒤집어 씌워 감당하지 못하는 불행을 맞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다. 욕심 없이 자기역할에 충실하다 죽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 부러울 때가 많은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젊고 유능한 한 청년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돌맹이가 날아와서 그의 차를 때렸다.
화가 난 청년은 차에서 내려 돌맹이를 던진 소년의 멱살을 잡고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변상을 받아야겠다. 너희부모님께 가자"고 소리쳤다.
소년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제가 돌맹이를 던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을 거예요 저기 우리 형이 휠체어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청년 사업가는 갑자기 목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아무 말 없이 소년의 형을 휠체어에 바로 올려주었다. 그 후로도 청년은 차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는 상처가 난 차를 볼 때마다 자신을 향해서 도움을 청해오는 사람을 외면하지 말자는 다짐을 스스로 하곤 한다.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려가면 주변을 볼 수가 없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가 없다. 남에게 베푸는 배려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이라는 행태가 관습처럼 따라붙는다. 이 악행이 계속되어 이제는 으례 초등학교 반장선거까지 그 영향이 있어 상대를 중상모략하며 네 편 내 편 따지고 무리지어 다니고 한다. 모두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까지 따라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좋지만 지금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선(線)을 넘은 듯하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국민을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자기들 삶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자기들의 떳떳하지 못한 민낯을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워 자기들의 정당성을 위장하는 비겁한 수단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
하찮은 비유의 말 같지만 깊이를 들여다보면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제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의 살과 피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뿔은 아무상관이 없는 것이다. 허울에 뒤집어 씌워 실체를 잊어버리는 해괴한 현상일 뿐인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뒤에 올 일을 예상하고 있다. '곧 무서운 보복이 있으리라' 라고.
폭풍을 예고하는 작은 바람이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莫畏於慾 莫善於忍(막외어욕 막선어인)
욕망보다 무서운 것은 없고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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