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8강 교각살우(矯角殺牛)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8강 교각살우(矯角殺牛)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4-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18강: 矯角殺牛(교각살우) :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다

글 자 : 矯(바로잡을 교), 角(뿔 각), 殺(죽일 살), 牛(소 우)

출 전 : 곽박(郭璞) 진의 현중기(晉의 玄中記)

비 유 : 잘못된 점을 잡으려다 그 방법이나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침



요즈음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든 용어는 단연 '검수완박(檢搜完剝)'이다.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는 검찰의 무력화를 조장하는 민주당의 주장과 국민을 범죄에서 지켜야한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마치 전쟁터에서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결국 피를 흘리는 전투는 아니지만 국민들은 다시 분열되고 불안한 것만은 사실이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와 같아서 말이다.

일국의 검찰총장이 자기편을 위해서인지 국민을 위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상황을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비유하여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는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人道主義者)이며 부처요, 성자(聖者)다"라고 한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는 모든 것을 인간에게 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소고기는 최상의 식용이고, 우유는 건강을 챙겨준다. 힘든 일을 도맡아 농사일을 도와주고, 재산으로서도 큰 구실을 해 집안 자녀들의 대학공부를 책임졌다. 그래서 가족을 뜻하는 식구(食口)와 함께 사는 생구(生口)라 하며 다른 동물에 비해 귀히 여겼다.

하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소를 사육하는 가장 큰 목적이 하늘에 제사(祭祀)를 지낼 때 제물로 쓰이게 되는 희생(犧牲)을 위한 것이었다. 희생의 글자 모두 소우(牛)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별할 특(特)자는 재물로 바치는 황소를 가리켰는데 하늘에 제사지낼 소는 특별히 뿔도 가지런히 멋져야했다.

때문에 제사(祭祀)의 제물(祭物)을 위해 송아지 적부터 잘생긴 놈을 골라 특별히 잘 먹이고 일도 시키지 않고 신주처럼 모셔 키운다. 그러나 다른 모습은 어릴 적부터 잘 생긴 것을 식별할 수 있지만 뿔은 소가 자라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소가 뿔이 못생겼으면 소 주인은 소의 뿔을 인위적으로 교정을 하여 뿔의 모양새를 내는 것이다.

한 농부가 제사에 쓸 소를 몰고 와 보니 뿔이 약간 삐뚤어져 있었다. 그것을 바로 펴려고 단단한 끈으로 양 뿔을 동여맸더니 나중에는 뿔이 빠져 소가 죽었다. 조그마한 결점을 고치려다 그 방법이 지나쳐 오히려 큰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가진 영리함은 욕심이라는 허울에 뒤집어 씌워 감당하지 못하는 불행을 맞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다. 욕심 없이 자기역할에 충실하다 죽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 부러울 때가 많은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젊고 유능한 한 청년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돌맹이가 날아와서 그의 차를 때렸다.

화가 난 청년은 차에서 내려 돌맹이를 던진 소년의 멱살을 잡고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변상을 받아야겠다. 너희부모님께 가자"고 소리쳤다.

소년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제가 돌맹이를 던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을 거예요 저기 우리 형이 휠체어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청년 사업가는 갑자기 목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아무 말 없이 소년의 형을 휠체어에 바로 올려주었다. 그 후로도 청년은 차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는 상처가 난 차를 볼 때마다 자신을 향해서 도움을 청해오는 사람을 외면하지 말자는 다짐을 스스로 하곤 한다.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려가면 주변을 볼 수가 없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가 없다. 남에게 베푸는 배려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이라는 행태가 관습처럼 따라붙는다. 이 악행이 계속되어 이제는 으례 초등학교 반장선거까지 그 영향이 있어 상대를 중상모략하며 네 편 내 편 따지고 무리지어 다니고 한다. 모두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까지 따라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좋지만 지금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선(線)을 넘은 듯하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국민을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자기들 삶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자기들의 떳떳하지 못한 민낯을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워 자기들의 정당성을 위장하는 비겁한 수단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

하찮은 비유의 말 같지만 깊이를 들여다보면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제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의 살과 피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뿔은 아무상관이 없는 것이다. 허울에 뒤집어 씌워 실체를 잊어버리는 해괴한 현상일 뿐인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뒤에 올 일을 예상하고 있다. '곧 무서운 보복이 있으리라' 라고.

폭풍을 예고하는 작은 바람이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莫畏於慾 莫善於忍(막외어욕 막선어인)

욕망보다 무서운 것은 없고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4.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2.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3.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4.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5.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